그림자보다 본모습을…

(태양을 향해 서있는 사람)

영적훈화 2

  그림자의 길이는 태양의 위치에 따라서 길어지기도 하고 짧아지기도 한다. 아침이나 해가 지는 오후에는 그림자가 실제의 사물보다 훨씬 더 길게 보이게 된다. 그만큼 태양이 사물과 멀리 있다는 것이다. 그러나 반대로 태양이 우리의 머리 바로 위에 있을 때, 곧 태양과 가장 가까울 때 그림자는 가장 짧다. 이때의 그림자는 실제 사물의 크기보다 훨씬 작아 보인다.

  태양아래 있는 사람, 곧 내 삶의 지향을 하느님께로 향하고 있는 사람일수록 빛 안에 머물러 있기에 그 인생의 그림자가 짧을 수밖에 없다. 이런 태양아래 있는 사람은 늘 그림자를 쳐다보기 보다는 실체의 본 모습을 본다. 자연히 그 그림자가 길어진다 해도 그림자는 그림자일 뿐 그것을 붙들고 어떤 판단을 하지 않는다. 곧 진실과 본질을 보려고 노력하기에 주변에서 매일 들려오는 어두운 소리나, 소문 등에 함부로 귀 기울이거나 탐하지 않는다. 나아가서 그림자처럼 다가오는 자질 구레한 사건의 껍데기에 자신의 감정을 맡기거나 그런 일로 인해 충동적이지도 않는다. 아울러 그림자보다 빛이신 그분께 삶의 방향이 서 있기에 사람을 혼란케 하는 떠도는 소문이나 부질없는 일들로부터 자유롭다.

  많은 경우 우리는 상대방의 실재 본 모습보다 드리워진 그림자를 보고 이러쿵저러쿵 비난한다. 깊이 생각하고 명심해야 할 일이다. 내입에서 나오는 소리가 그림자를 쫓고 있을 때 바로 어둠의 소리임을 알고 입을 다물어야 한다.

  자기 밖이나 안의 어둡고 긴 그림자는 자신이 그만큼 태양과 멀어져 있음을 나타낼 뿐이다. 그러나 주님이신 태양에 가깝게 있을수록 삶의 그림자가 줄어들고, 실체의 본모습을 꿰뚫어 보는 영적인 성숙에로 향하게 된다. 우리 삶의 어두운 그림자를 몰아내고 태양을 향해 서 있는 사람이 되어보자.

                               2008. 10. 1

범 어 천 주 교 회

최경환(F.하비에르)신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