꿀밤나무 한 그루가 호숫가에 외롭게 서 있었습니다. 이른 봄 죽은듯한 앙상한 가지에서 겨우 싹을 틔우더니 한여름이 되자 어느새 푸른 잎들로 가득차서 가지는 보기조차 힘들게 되었습니다. 가을이 되어 딱딱한 껍질에 싸인 꿀밤이 조롱조롱 매달렸습니다. 드디어 늦가을이 되자 꿀밤은 떨어지기 시작했습니다.

호수 위에도 톡, 잔디위에도 톡, 풀숲에도 톡, 톡, 톡....

겨울이 왔습니다. 수 많은 잎들과 꿀밤은 자취도 없이 사라지고 앙상한 가지들만 남았습니다. 이렇게 꿀밤나무는 해마다 같은 일을 반복합니다.

우리의 인생여정도 마찬가지라는 생각이 문득 듭니다.

반복되는 단조로움으로 하루하루가 이어지지만 꿀밤나무에서 꿀밤이 떨어지듯이 나에게서 시간은 떨어져 나갑니다.

우리는 성탄절을 정신없이 분주하게 준비를 하는데 아기예수님은 조용히 침묵중에 구유에 누워 계시는 모습을 보면서 지난 한해 동안 나에게서 떨어져 나간 말과 행동들을 뒤돌아 봅니다.

내가했던 말들이 이웃의 가슴에 기쁨의 꽃이 되고 평화의 노래가 되었을까?

내가했던 뒷담화가 상대방의 마음에 생채기를 내어 지금도 아물지 않는 상처로 힘들어 하지는 않을까?

무심코 했던 나의 행동들이 상대방의 마음에 빗장을 걸게 하지는 않았을까?.....

새해에는 마음이 담긴 말이 올해보다는 따뜻한 온도가 될 수 있도록, 그윽한 향기로 피어날 수 있도록 노력해야겠습니다.

한해 동안 베풀어 주신 따뜻한 사랑에 깊이 감사드립니다~~^^

2019. 12. 31.

김 크리스티나 수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