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적훈화 534

어느 신부님의 고백입니다. 본당에서 장례 미사를 집전할 때 장례 행렬이 성당 문을 빠져 나가는 것을 바라보면서 이런 기도를 바쳤다고 합니다. “주님, 또 한 분의 교우를 주님께 보내드립니다. 이 사람이 살아온 시간 동안 지은 죄는 묻지 마시고 그가 살아내야 했던 삶의 멍에만 생각해 주십시오. 설령 그가 주님께 충실한 믿음의 삶을 살지 못했다 하더라도, 그에게 운명처럼 부여된 삶의 멍에를 한평생 지고 살아 냈다는 그것만으로 그는 아름답고 위대해 보십니다. 주님, 저 영혼을 받아 주십시오.” 비록 우리 눈에는 부족해 보이고 결점 덩어리로 보이는 사람도 자신의 약함과 한계와 싸우면서 나름대로 어떻게든 잘해 보려고 애쓰면서 발버둥 치며 살았는지도 모릅니다. 그렇기 때문에 내 마음에 안 드는 사람이라고 해서 너무 쉽게 판단하고 비난해서는 안됩니다.

어느 수사는 매일 남보다 2배나 되는 양의 식사를 했기에 다른 수사들에게 ‘식충이’라고 흉을 들으면서 살았습니다. 그런데 그 수사는 죽어서 바로 천국에 들어갔습니다. 그 수사와 거의 동시에 죽는 다른 수사는 연옥에 가야 했습니다. 그러자 억울해서 하느님께 따집니다. “아니, 저 수사는 남보다 밥을 2배나 더 먹으면서 게으르게 살았는데, 어떻게 바로 천국에 들어갑니까?” 하느님께서 빙긋이 웃으시면서 이렇게 대답하셨습니다. “저 사람은 식사 정량이 남보다 4배인데, 자기 정량의 반만 먹고 사느라 얼마나 힘들게 살았는지 모른단다.”

우리는 한 사람의 마음을 꿰뚫어 볼 수 없습니다. 때로 겉만 보고 한 사람이 잘 살았느니 못 살았느니 쉽게 판단하지만, 마음까지 보시는 하느님은 다르게 판단하실 것입니다. 우리는 보지 못하지만, 하느님께서는 모든 것을 보고 알고 계십니다. 비록 어떤 사람이 칭찬받을 만한 삶을 살지는 못했어도 하느님은 그가 무거운 인생의 짐을 지고 가면서 자신의 한계와 나약함을 극복하려고 발버둥 치며 노력한 것을 보고 대견하게 생각하실 수도 있습니다. 한 사람이 짊어졌던 인생의 무게가 얼마나 무거웠는지 과연 누가 알겠습니까? 하느님만이 아십니다. 그러니 너무 쉽게 판단하지 말고 하느님의 눈길을 닮아 가능한 관대한 눈길로 내 이웃을 바라보면 좋겠습니다. - 손희송, 「사계절의 신앙」 中

2020. 11. 10.

전현규(바오로)제2보좌신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