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가대의 역할은 무엇이며 그 위치는 어디여야 합니까?

“시편과 찬미가와 영가로 서로 화답하고

마음으로 주님께 노래하며

그분을 찬양하십시오.” - 에페 5,19

♬성가대의 역할과 의미

성가대는 전례를 거행하는 백성의 한 부분으로서 자신들의 음악적인 재능을 통해 전례를 풍요롭게 하고, 전례가 원활히 진행되도록 돕는 봉사자의 역할을 수행합니다. 다른 모든 봉사자들이 각자 맡은 분야에서 직무를 수행 하는 것처럼, 성가대는 전례 음악을 담당하고 있습니다. 신자들과 함께 노래하면서 모든 이가 한 목소리로 하느님을 찬미할 수 있도록 성가의 절이나 단락을 이끌어 나가고, 때로는 신자들과 교대로 노래하면서 전례를 받쳐주는 역할을 합니다.

<전례 헌장>에서 “성음악은 기도를 감미롭게 표현하거나 또는 한 마음을 이루도록 북돋아 주거나 또는 거룩한 예식을 더욱 성대하고 풍요롭게 꾸며준다.”(112항)고 말합니다. 성가대는 신자들로 하여금 성가를 통해 한마음으로 일치하고, 그들의 기도가 온전히 전례를 향하도록 도와주어야 합니다. 또한 신자들이 성가를 부르는데 확신을 갖도록 해주고 소리를 강하게 하여 어떤 타성에 빠지지 않게 하는 역할을 합니다.

이처럼 전례 안에서 성가대의 역할은 신자 일동의 성가를 이끌고 도와주는 것이 첫째 의무로 되어 있습니다. “신자 일동을 지도하고 고무하여, 전례 안에서 보다 효과적으로 기도하고, 보다 적극적으로 전례에 참여하게 함으로써 그들로 하여금 전례에 더욱 친근해지고 매력을 느끼게 하는 것”이 성가대의 역할이라고 <성음악 훈령>은 말합니다(19항).

또한 <미사경본 총지침>에서는 “성가대 또는 합창대는 신자들 가운데서 고유한 전례 임무를 수행한다. 성가대는 자신에게 맡겨진 고유한 부분을 여러 가지로 노래 형태에 따라 부른다. 나아가 신자들이 노래에 활발하게 참여할 수 있도록 도와준다.”(103항) 이어서 “노래를 부르는 신자들을 이끌어 주고 받쳐 주기 위하여 선창자나 성가대 지휘자가 필요하다.”(104항)고 가르칩니다.

♬성가대석 위치의 변화

　노래하는 성가대를 영어로 ‘콰이어’(choir)라고 하는데, 이 단어는 라틴어 ‘코루스’(chorus, 합창)에서 나왔습니다. 처음에는 성무일도를 그레고리오 성가로 노래하는 남녀 수도자들을 ‘콰이어’라고 했습니다. 이들은 늘 같은 자리에서 성가를 불렀기 때문에 ‘콰이어’라는 말은 ‘성가대’라는 뜻도 되고, 또 이들이 앉는 ‘성가대석’이라는 뜻도 되는 용어입니다. 참사회 사제들이나 수도자들은 성가를 부르면서 함께 미사를 드렸으므로 이들을 위해 제단 가까운 곳에 성가대석을 둬야 했습니다. 그래서 이 자리를 ‘전례 성가대석’이라 불렀습니다. 이렇게 됨으로써 성당은 미사를 주례하는 성직자와 성가대석을 중심으로 하는 한 부분과 신자석을 중심으로 하는 부분으로 나누어졌습니다. 성직자와 평신도 자리를 칸막이벽으로 뚜렷히 구분하였으며 시대와 장소에 따라 제단과 성가대석은 난간으로 구분하기도 했습니다. 이렇게 성당 안 한가운데에 놓인 성가대석은 수도원 제도가 확립됨에 따라 하루 종일 성무일도로 하느님께 찬미를 드렸습니다. 성가대석은 거룩한 천사의 노랫소리가 언제나 이 땅에 닿게 하는 자리로 여겨 매우 중요하게 간주하였습니다.

르네상스 시대(14-16세기)에 와서는 일반적으로 성가대석은 제단 앞에 자리했으며 칸막이 스크린도 세우지 않았습니다. 그 대신 제대와 신자석은 제대 난간으로 구분하고, 그 난간에서 무릎을 꿇고 성체를 모시게 했습니다. 이 시대에는 또 제대와 회중석을 직접 연결하고자 성가대석을 제대 뒤에 놓거나 회중석 뒤편에 자리하게 했습니다. 이어지는 바로크 시대(17-18세기)에는 성가대석을 성당 뒤편, 2층으로 옮겼습니다.

제2차 바티칸공의회 후, 교회의 전례에 대한 신학이 정립되고 반포된 전례헌장의 정신에 따라 각종 예식서가 새로이 발행되었으며 성당 건축에 대한 이해도 새로워졌습니다. 이에 따라 성당의 구조와 설비 및 장식, 그리고 그 위치에 대한 지침이 제시되었습니다. 성가대의 자리, 즉 위치도 그 가르침에서 찾을 수 있습니다.

<미사경본 총지침> 103항과 104항, 312항들을 요약하면 다음과 같습니다: 성가대는 함께 모이는 신자 공동체의 한 부분이며 특별한 임무를 수행합니다. 전례에서는 자신이 맡은 고유한 부분을 노래의 종류에 따라 부르며, 신자들이 노래하는데 익숙해지고 적극적으로 참여하도록 도와줍니다. 성가대는 성당 구조를 고려하여 이 점이 잘 드러나는 장소에 그 자리를 마련하는데, 신자들의 능동적인 전례 참여를 위해 신자석과 가까운 곳, 또 성가대원들이 맡은 임무를 쉽게 수행하고, 편리하게 성체를 받아 모심으로써 미사에 완전하게 참여할 수 있는 곳을 권합니다.

<한국 천주교 성음악 지침>도 다음과 같이 말합니다: “성가대의 위치는 각 성당의 구조와 음향을 고려하여 다음과 같은 사항을 지켜야 한다. 첫째, 성가대는 신자들 모임의 한 부분이며 특수한 임무를 수행하고 있음이 뚜렷하게 드러나야 한다. 둘째, 성가대의 전례적 직무 수행이 쉽게 이루어질 수 있어야 한다. 셋째, 각 성가 대원에게 완전한 전례 참여, 곧 영성체 등 성사적 참여가 편리하게 이루어지도록 배려하여야 한다”(26항).

정리하면, 성가대석은 제대 가까이에 자리해야 하지만 제단 안은 아닙니다. 제단 안의 성가대 자리는 중세 로마교회에서 성직자나 수도자들이 그레고리안 성가로 성무일도와 미사를 드리던 시대의 위치입니다. 다시 말해 성직자들이나 수도자들이 성가대 역할을 할 때의 자리였습니다. 왜관 분도수도회의 성직자 수도자들의 자리가 그 표지를 보여 줍니다.

성가대석은 신자석의 맨 앞쪽 가장 자리를 권합니다. 이런 지침에 따라 범어대성당 성가대 위치를 제단 아래로 이동해 보았습니다. 이것은 성가대가 회중과 분리되는 것을 막고 성가대 지휘자의 지휘를 따라 모든 신자들이 한 목소리로 노래할 수 있도록 하기 위함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