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적훈화 522

“버려야 할 것이 무엇이지를 아는 순간부터 나무는 가장 아름답게 불탄다.”

이렇게 깊어가는 가을과 함께 전례력으로 한해를 마무리하는 마지막 주일은 그리스도의 왕권을 기리는 ‘그리스도 왕 대축일’입니다.

‘그리스도 왕 대축일‘은 세례를 받은 신자들이 참여하고 있는 그리스도 삼중직인 사제직, 예언직, 왕직 가운데 그리스도 왕직의 참된 의미를 되돌아 보게 합니다.

첫째로 그분은 화해의 왕이십니다.

그리스도는 원죄 이후에 끊어진 하늘과 땅을 이어주신 왕이십니다.

둘째로 그리스도 왕은 용서하는 왕이셨습니다.

의로운 것에는 화를 내셨지만, 용서를 청하는 자에게는 무슨 죄든지 무한히 용서하는 삶을 보여 주셨습니다.

마지막으로 그리스도 왕은 봉사하는 왕이셨습니다.

철저하게 부수어진 빵이 되어 우리 몸 안에 들어오실 만큼 우리를 위해 당신 자신을 온전히 내어 놓으신 봉사의 왕이셨습니다.

‘그리스도왕 대축일‘을 맞이하면서 나의 아집과 자존심과 이기심으로 소원해진 이웃과 다시 손을 잡는 화해의 왕으로, 나의 마음에 생채기를 냈던 사람들을 향해 ‘나는 너를 사랑해’보다 훨씬 더 아름다운 고백인 ‘나는 너를 용서해’라는 고백을 할 수 있는 용서의 왕으로, 그리고 기도와 희생과 봉사로지구촌의 한 모퉁이에 아름다운 꽃 한송이를 피우는 봉사의 왕으로 거듭날 것을 다짐해 봅니다.

우리 모두 그렇게 새로운 한해를...

2019. 11. 22.

김 크리스티나 수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