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모님의 믿음에 대해 생각해봅니다. 복음서에 나오는 첫 순간부터 “예, 저는 주님의 종입니다”로 시작한 당신의 생애는 계속해서 주님께 대한 철저한 믿음과 순명으로 하느님의 역사에 협력하신 분이십니다.

아무리 생각해도 처녀의 몸으로 아들을 잉태해야 한다는 사실은 기막힌 요구였습니다. 잘 아시다시피 당시 성모님의 임신은 죽음을 가져올 수 있는 아주 위험한 것이었습니다. 약혼자 요셉에게는 어떻게 설명해야 하며, 또 만약 요셉이 거부하면 처녀인 마리아가 잉태했다는 사실은 또 얼마나 고개도 들 수 없는 수치스러운 일이겠습니까? 그러나 성모님은 “예”라고 단순하게 대답했습니다. 루가 복음서는 예수님의 공생활 이전의 마리아의 삶의 자세에 관해서는 한마디로 기록하고 있습니다.

“마리아는 모든 것을 마음에 품고 가슴에 새겼다.”

이 한마디 말씀안에 성모님께서 우리 신앙의 모범이라고 말할 수 있는 충분한 이유가 있습니다. 성모님께서는 단순히 하느님의 놀라운 기적을 거저 받았기 때문에 복된 것이 아니라 하느님의 말씀이 그대로 이루어질 것이라 믿었기 때문에 복되신 것입니다. 한 일생을 주님을 위해 모든 수난과 고통을 받으시면서도 처음 주님께 대답한 “예”라는 대답을 잊지 않고 가슴에 새기며 사신 분이셨습니다. 아들의 가출 앞에서도, 또 아들의 훈계 앞에서도, 그리고 아들의 죽음 앞에서도 처음 천사가 방문했을 때의 “예”라는 대답을 거듭하시면서 사셨습니다.

나의 모든 것을 주님께 열어놓고 온전히 맡기면서 “예”라고 대답하며 사는 삶, 성모님을 닮아가는 삶이며, 예수님을 닮아가는 삶일 것입니다. 아멘.

2019. 7. 2.

황인욱 마티아 부주임 신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