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적훈화 519

하루살이의 일생은 하루입니다. 정말 하루살이가 단 하루만 사는 것은 아니겠지만, 지극이 생명이 짧은 것은 사실입니다. 어떤 것은 이틀을 살고, 어떤 것은 4시간 안팍 밖에 살지 못합니다.

하루살이 같은 인생 라고 비유할 때 생명의 짧음, 덧없음을 비유할 때 말하지요.

그런데 하루밖에 살지 못하는 하루살이에게 하루종일 비가 온다면 어떻게 될까요. 맑은 바람 한번 들이켜지 못하고, 따스한 햇살 한번 쬐어보지 못하고 일생 동안 비만 맞고 있다가 생명을 다하겠지요. 참으로 불행한 일이 아닐 수 없습니다. 1년에서 3년 동안 물속에 있다가 겨우 알에서 깨어나 세상을 날 수 있는 성충이 되었는데 하루종일 비가 온다니 억울해 미칠 것 같습니다.

하루살이에게는 내일이 없습니다. 내일이 없다는 것은 희망이 없다는 것을 의미합니다. 혹시 여러분들이 하루살이인데 하루종일 비가 오고 있다면 어떻게 하시겠습니까?

저는 하늘을 원망하고 내 팔자를 한탄하다가 그대로 죽어버릴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듭니다. 근데 실제, 정작 하루살이는 저처럼 그런 생각을 하지 않을 것 같습니다. “비가 오면 어때? 열심히 살아보자구” “그래도 세상에 태어나게 해주셨으니까 그것만으로 정말 감사한 일이야.”

한여름에 보면 하루살이가 무리지어 다니는 것을 볼 수 있지요. 무리지어 다니는 하루살이는 대부분 수컷들이랍니다. 그러다가 암컷 하루살이가 그 무리 속으로 날아들면 수컷은 암컷과 함께 멀리 신혼여행을 가는 것입니다. 그리고 신혼여행이 끝나면 물속에 알을 낳고 몇 시간 만에 죽음을 맞이합니다.

하루살이가 그 짧은 삶 속에서 그렇게 열정적으로 삶을 살고 서로 사랑을 나눈다는 사실이 놀랍습니다. 하루살이로서 살아갈 시간이, 사랑할 시간이 얼마 남지 있지 않은데 비가 오면 어떻습니까. 주어진 생명의 시간을 조금도 소홀히 할 수 없는 것입니다.

하루살이는 하루종일 비가 와도 원망하지 않고 감사하는 마음을 열심히 살아갑니다. 우리도 그 하루살이의 마음이 되어 오늘을 살아갑시다.

2019. 10. 29.

황인욱 마티아 부주임신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