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적훈화 517

찬미예수님

시월은 독서하기에 가장 좋은 계절입니다.

신앙의 첫걸음을 내딛을 때 읽었던 ‘20세기의 성아우구스티누스의 고백록’이라고까지 일컫는 행동하는 관상가 토마스 머튼의 ‘칠층산’을 최근에 다시 읽는 은총의 시간을 가졌습니다.

“진실로 하느님은 당신 존재의 깊은 곳으로부터 내 영혼을 은총으로 가득 채우기 시작하셨는데, 내 마음속 깊은 곳에서 느껴지는 그 은총이 어디서 어떻게 솟아나는지 알 수 없었다.

그러나 시간 시간마다 소진될 수 없는 생명력을 새롭게 하면서 계절을 따라 끝없이 순회하는 이 엄청난 기도에 항구하게 전념함으로써, 내 안에서 자라고 있던 평화의 힘 속에 무엇이 있는지를 여러 달이 지나기도 전에 깨달을 수가 있었다......”

토마스 머튼이 세상의 모든 부귀영화를 버리고 은둔생활을 하면서 인종문제, 폭력과 전쟁, 경제적 불평등, 종교간 대화 등 당대의 모든 세계와 사회문제에 직면할 수 있었던 것은, 깊은 침묵과 고독 그리고 신비로운 체험을 통해 그의 ‘케렌시아’인 하느님을 깊이 만났기 때문이라 생각합니다.

‘케렌시아’란 ‘투우 용어로서 ’피난처‘ 또는 ’안식처‘라는 뜻입니다. 소가 투우를 하다가 지치고 힘겨운 시간이 찾아오면, 가장 편안하게 힘을 모을 수 있는 자신만의 비밀 공간을 본능적으로 찾아내어, 다시 힘을 찾아서 투우에 전력을 다한다고 합니다.

‘케렌시아’는 투우장의 소에게만 필요한 것이 아니라, 복잡하고 숨 막히는 현실을 견뎌내야 하는 우리에게도 절실히 필요합니다. 시월 묵주기도 성월에 주님의 생명을 품었고, 주님의 죽음을 가슴으로 안으셨던 성모님의 따뜻한 품이 여러분의 안식처인 ‘케렌시아’가 되시길 기도해 봅니다.

2019. 10. 8.

김 크리스티나 수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