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모님께 어떤 두려움이 있었을까 생각해봅니다.

처녀의 몸으로 아기를 잉태한다는 사실은 내가 돌에 맞아 죽을 각오를 해야 하는 현실이었습니다. 얼마나 두려웠을까요?

하지만 성모님은 역시 현명하셨습니다. 내 생각과 의지를 하느님께 봉헌해버립니다. 모든 것들이 성령의 힘으로 자라날 수 있도록 내어놓으셨습니다. “보십시오. 저는 주님의 종입니다. 말씀하신 대로 저에게 이루어지기를 바랍니다.” 결정적으로 모든 것들을 ‘내어놓는 마음’이 이 말씀에 담겨있습니다.

곰곰이 생각해보면 우리가 두려움을 가지는 것은 무엇인가를 잃어버릴까봐 하는 마음 때문입니다. 당연히 내가 쥐고 있으면 두렵고 불안하기 마련입니다. 그러나 그것을 하느님께 내어 놓아버리면, 잃어버릴 염려가 없습니다. 하느님이 맡아주시면, 그 무엇도 그것을 가로채어 갈 수 없기 때문입니다. 그리고 그때에 우리에게는 이런 일이 일어납니다. “성령께서 너에게 내려오시고 지극히 높으신 분의 힘이 너를 덮을 것이다.”

형제, 자매 여러분, 오늘 나의 두려움은 무엇인지 생각해봅시다. 그리고 성모님처럼 그것을 현명하게, 하느님께 내어놓아 봉헌해버리십시오. 자녀들에 대한 걱정, 내가 하는 일에 대한 걱정, 나에게 힘을 행사하는 사람에 대한 걱정... 이 모든 것들을 내어놓으시면, 하느님께서 맡아서 지고가시겠답니다.

“두려워하지 마라, 마리아야. 너는 하느님의 총애를 받았다.” 아멘.

2019. 9. 10.

황인욱 마티아 부주임신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