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극동아리에서 한 학생이 맡은 배역의 유일한 대사는 바로 ‘앗, 뜨거!’ 한마디였습니다. 난로를 청소하다가 뜨거운 난로에 손이 닿아 깜짝 놀라는 연기를 하며 소리치는 외마디 대사, ‘앗, 뜨거!’

이 배역을 맡은 학생은 동아리 지도교수가 연습실 문을 열면 가장 먼저 달려가 자신이 밤새도록 연구하고 연습한 ‘앗, 뜨거!’ 연기를 날마다 다르게 보여주었습니다. 지도교수는 세상에 그토록 다양한 ‘앗, 뜨거!’가 있음을 그때 비로소 알게 되었습니다.

주연배우도 아니고 중요한 대사도 아니었기에 한두 번 그러다 말겠지 싶어 모두 신경조차 쓰지 않았습니다. 하지만 그것이 단순한 치기가 아니라 자신의 배역을 진심으로 사랑해서 그러는 것임을 확인하게 된 순간, ‘앗, 뜨거!’ 배역을 맡은 학생은 어느새 주인공이 되어 가고 있었습니다.

주연배우 아닌 주연배우로 살아가는 비법은 의외로 간단합니다. 모든 걸 걸고 사랑하는 것, 그뿐입니다. ......

주연배우의 역할은 애초에 정해진 것도 아닙니다. 무대 위에 오래 서 있다고 되는 것도 아닙니다. 세상이라는 무대에서 우리는 무엇에 모든 걸 걸고 사랑하며 살아가는 걸까요?

얼마 전, 읽은 책 속에 나오는 이야기인데 묘한 감동을 주네요~

하느님께서도 지금 내가 살아가는 세상 속에 주연배우를 따로 두지 않으셨음이 분명합니다.

새해가 밝았습니다.

새로운 날입니다.

새로운 계획, 결심을 하며 더 나은 미래를 설계하는 시간입니다. 전례력으로는 주님 공현 대축일을 앞두고 있습니다. 이제 예수님의 탄생이 모든 민족들에게 드러내 보이실 시간이 다가왔습니다. 동방박사들이 아기 예수님께 경배드리며 가지고 온 선물들(황금, 유향, 몰약)은 곧, 당신을 나의 왕으로 받아들이니 당신이 바라는 대로 나를 쓰시라는 것입니다.

그러니 주님께서 나에게 맡겨주신 것들을 먼저 진심으로 사랑하면 좋겠습니다. 그리고 성(誠)을 다하여 그 역할을 해 나가면 좋겠습니다. 아주 신명나게! 기쁘게! 기꺼이! (*)

2019.1.2.

곽 필로메나 수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