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갈한 밥상

영적훈화 497

음식은 먹고 마시는 물건이다. 사람도 먹고 마시는 일로 생명을 유지한다는 뜻에서는 다른 동물과 다를 바가 없다. 그러나 사람의 음식과 동물의 먹이가 다른 점은 사람은 먹고 마시는 일을 정신화 한다는 점에 있다. 먹이를 정신화 한다는 것은 무엇일까?

함부로 먹지 않고 가려서 먹고, 알맞게 먹고, 때 맞춰 먹고, 그리고 무엇보다도 먹는 예절이 거기에 뒤따른다. 더욱이 음식을 여럿이서 나누면 거기에는 다른 어떤 것으로도 표현할 수 없는 독특한 정신적 의미를 띠게 된다. 밥상공동체라고 할까. 서로를 순수하게 나누는 자리가 된다. 그리스도께서는 음식을 나누는 일을 자주 하셨다. 그럴 때마다 그분의 깊은 뜻이 거기에 있었다. 나를 온전히 내어놓는 신비가 담겨 있었다.

그런데 우리 시대에는 음식이 먹이로 전락해가고 있다. 건강에 좋다면 무엇이든지 마구 먹어치운다. 너무 많이 먹어 오히려 여러 가지 현대병에 시달린다. 거리에 즐비한 것이 음식점이고, 그것도 왕후장상이나 즐기던 호사스러운 음식판이 벌어진다. 그런 곳에서 먹어야 먹은 것 같고, 대접받은 것 같다. 이것이 오늘날 세속의 음식문화 세태다.

그리스도인은 이러한 세태를 거슬러 올라가는 사람이다. 내가 먹는 만큼 지상의 어디에는 굶주리는 사람이 있다. 그와 나누기 위해서라도 내 밥상이 조촐하고 정갈함을 생각해야 하겠다.

소찬의 아름다움, 그것이 그리스도인의 밥상이 아닐까?

쪼개어지고 나누어져서 우리의 밥이 되신 예수님의 몸은 우리에게 진정한 밥상의 의미를 살라고 오늘도 재촉하고 계심을 상기합시다 !!

2019.2.26

박 로사 원장수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