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화의 인사는 어떻게 해야 하나요?
미사경본은 평화를 비는 기도를 바친 다음, 사제가 신자들에게 평화의 인사를 한 후 “이어서 경우에 따라 부제나 사제는 말한다. 평화의 인사를 나누십시오.” 교우들에게 서로 평화와 사랑의 인사를 하도록 권합니다. 인사를 나누는 방범에 대해서는 교우들은 서로 “평화를 빕니다.” 하고 인사를 합니다.
이 부분은 미사전례 안에서 자유롭게 꾸밀 수 있는 부분에 속하는데 실제 자유롭게 꾸미기가 그리 쉽지만은 않습니다. 그 이유는 인사하는 방법이 시대와 각 지역의 풍습이나 관습에 따라 다르기 때문입니다. 따라서 평화의 인사를 하는 방법에 대해서는 그 지역 백성의 풍습이나 특성에 어울리게끔 각국 주교회의가 결정하도록 주교회의에 위임되었습니다.
평화의 인사에 관한 역사를 훑어보면 사도시대에는 신자들이 사랑과 화해의 표시로 서로 입을 맞추는 것이 관행이었다고 합니다. “거룩한 입맞춤으로 서로 인사하십시오.”(로마16.16), “여러분도 사랑의 입맞춤으로 서로 인사하십시오. 그리스도 안에 있는 여러분 모두에게 평화가 있기를 빕니다.”(1베드 5,14) 이러한 입맞춤은 2-3세기의 교부들인 유스티노, 히폴리토 등의 저서에 이미 전례 예식으로 자리하고 있었습니다. 히폴리토의 작품으로 전해져 오는 ‘사도전승’ 에는 세례와 동시에 견진을 받은 사람들이 감독(주교)으로부터 이마에 십자표를 받고는 입맞춤을, 성찬례를 거행하기 전 다시 한 번 평화의 입맞춤을 나눌 것을 지시하고 있습니다(21장). 아우구스티노는 서로 입술을 대는 것은 사랑과 마음을 주고받는 평화의 표지라고 해설합니다.
오늘날 우리의 사고방식으로는 쉽게 이해하기 어렵겠지만, 고대에는 친척들 간의 입맞춤이 애정의 표시일 뿐 아니라 존경의 표시이기도 했습니다. 중세기를 거치는 동안 입맞춤은 사회 관습의 변화에 따라 포옹, 악수, 고개를 숙이는 인사 등으로 다양하게 변하였습니다. 라틴 전례를 거행하는 서양에서는 아직도 장엄미사 때 성직자들 간에 양 볼로 평화의 인사를 나누는 양식화된 의식을 볼 수 있습니다.
한국 주교회가 정한 규정에는 “서로 목례나 합장, 악수 등으로 알맞게 인사를 나누며 ‘평화를 빕니다.’하고 말한다”로 되어 있습니다. 환경에 맞추어 자율적으로 평화의 인사를 나눌 수 있는 길을 열어놓았습니다. 사제는 가까이 있는 봉사자(복사)들에게 목례를 하거나 악수를 합니다. 교우들 역시 옆이나 앞뒤에 있는 사람들에게 같은 방법으로 평화의 인사를 나눕니다. 따스한 마음이 느껴지는 악수와 미소를 머금은 입과 사랑이 담긴 말 한 마디는 진정 신앙 안의 한 형제자매임을 느끼게 합니다.
그러므로 무표정인 얼굴과 말 한마디 없는, 단순히 형식적이고 순서에 따라 마지못해 하는 인사답지 않은 인사는 아무 의미가 없습니다. 또한 요란하게 그리고 많은 시간이 소요되는 소란한 인사 역시 피해야 할 것입니다. 이는 곧바로 이어지는 주님의 몸과 피를 모시는 영성체 예식과는 어울리지 않기 때문입니다.
평화의 인사는 무엇보다도 머리이신 그리스도와의 일치뿐만 아니라 지체이신 믿는 이들 상호간의 진정한 사랑과 화해와 일치의 표시입니다. 미사에서 중요한 것은 성찬 예물의 변화뿐만 아니라 그리스도와 결합하고 나아가 서로 간에 결합하여야 하는 신자들의 변화입니다. 곧 그들은 영성체를 통하여 주님과 한 몸, 한 마음이 될 터인데, 그러기 위해서는 먼저 이웃과 화해하고 일치하는 마음이 중요하다 하겠습니다.
2015년 춘계 주교회의(바티칸에서 개최)의 평화의 인사에 관한 지침
평화의 인사에 관한 한국 천주교회의 기본 지침’(안)은 △대축일 미사, 성사 미사, 장례 미사에서 참석자들에게 축하, 기원, 또는 위로의 말을 전하기 위해 과도하게 평화의 인사를 나누지 않는 것이 좋고 △교중 미사를 제외한 어린이 미사나 청년 미사, 소단위 피정 미사에서는 좀 더 친밀감을 드러내는 평화의 인사를 나눌 수도 있으나 △이러한 행위를 통해 신자들 간에 위화감을 조성하거나 불편함을 불러일으키지 않도록 주의하며, 2∼3분 이상 소요되지 않도록 한다는 것 등을 골자로 하고 있다.
장례미사 때 평화의 인사를 해야 합니까? 하지 않는 것이 좋습니까?
지금까지 장례 미사에서 평화의 인사를 하지 않은 것은 아마도 한국 정서로는 가족이나 지인을 잃고 슬픔에 잠겨있는 사람들과 평화의 인사를 나누는 것이 어울리지 않는다거나 그리스도교 신자가 아닌 이들에게는 거부감을 줄 수도 있기 때문이라고 생각됩니다. 더구나 인사말이 ‘진심으로 축복합니다’ 라는 과거 평화의 인사가 장례 분위기에 맞지 않다는 이유 때문이었습니다. 하지만 죽음의 이해가 달라진 현대에는 오히려 이 시간에 평화의 인사말인 현행 ‘평화를 빕니다’ 라는 인사는 장례 분위기를 해치는 것이 아닐뿐더러 유가족에게 위로를 전하는 인사가 되므로 주교회의는 평화의 인사를 하기를 적극적으로 권합니다. 사도좌에서도 평화의 인사를 권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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월 전례봉사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