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사 때 행하는 동작은 어떤 뜻을 가지고 있나요?
우리가 일상생활을 할 때 여러 가지 동작들을 취합니다. 그런데 이러한 동작들을 아무 의미 없이 하지 않습니다. 어느 순간에 해야 할 동작이 제대로 하지 않을 때, 우리는 사람들로부터 “예의 없다”는 꾸중을 듣는데, 그것은 각 동작이 나름대로의 뜻을 담고 있기 때문입니다. 이러한 동작은 사람들 사이에 미리 그 뜻이 정해진 일종의 약속된 몸짓 언어입니다. 따라서 각 나라마다 각 민족마다 같은 몸짓이 서로 다른 의미를 지닐 수도 있습니다.
전례 안에서 이루어지는 동작도 일종의 언어입니다. 사제가 어떤 동작을 취한다 해서 그것이 마술적 힘을 가지기 때문에 그렇게 하는 것은 아닙니다. 단지 전통적으로 어떤 동작은 어떤 뜻을 가진다는 사람들 사이에서의 약속 때문에 각 동작들이 의미를 갖게 되는 것입니다. 이제 신자들과 사제들이 취하는 동작과 자세의 뜻을 살펴보겠습니다.
팔을 벌림
팔을 벌리는 자세는 주로 사제가 취하는 자세라 할 수 있습니다. 이 자세는 하늘을 향해 내 마음을 들어 올리는 자세입니다. 하늘은 하느님이 계신 곳으로 추정되어 왔고, 따라서 팔을 벌리는 자세는 하느님께 기도하는 자세입니다. 따라서 초기 교회 때는 사제뿐만 아니라 신자라면 누구나 하느님께 기도를 바칠 때 팔을 벌리는 자세를 취하였습니다. 일부 본당에서 ‘주님의 기도’를 바칠 때 신자들이 사제와 더불어 팔을 들어 기도하게 할뿐 아니라 옆 사람과 손을 마주 잡게 하는데, 신자들이 전례 안에서 능동적으로 참여하는 한 방식으로 여길 수는 있지만 한국에서는 일부 부정적인 견해를 가지는 분들이 적지 않은 만큼 공동체의 합의를 얻어야 할 사항이라 하겠습니다.
행렬
다른 전례 동작들과 마찬가지로 행렬 또한 기능적 목적과 상징적 의미를 가지고 있습니다. 성찬례(미사) 때 제대를 향한 사제와 봉사자들의 행렬, 예물 행렬, 영성체 행렬 등 세 번의 행렬이 이루어집니다. 각 행렬이 미사를 시작하기 위해 제대로 나아가는 것, 예물을 바치는 것, 영성체를 하는 것과 같은 기능적 목적을 가지고 있기는 하지만, 이 세 번의 행렬은 상징적 의미를 공통적으로 가지고 있습니다. 즉 예수 그리스도를 상징함과 동시에 성찬례가 베풀어지는 제대를 향해 나아감으로써, 세상 종말을 향해 순례하는 교회의 모습을 드러냅니다. 중세 초기에 만들어진 직사각형의 내부 구조를 가진 바실리카 양식의 성당들을 보면 벽에 그림이나 모자이크로 장식되어 있는데, 여기에 나오는 인물들은 제대 또는 제대 위 벽이나 천장에 그려져 있는 그리스도를 향하고 있습니다. 이것 또한 일종의 종말론적인 행렬을 나타내고 있는 표시입니다.
안수
야곱이 자기 열두 아들들의 머리에 팔을 얹어 축복하는 모습에서 알 수 있듯이(창세 48,14 이하) 안수는 무엇보다도 축복의 자세입니다. 모세의 안수를 받은 여호수아가 이스라엘 백성을 이끌고 가나안으로 들어갔다는 기록에 드러나 있듯이, 안수는 직무의 전달과 그 직무를 수행할 능력의 전수를 뜻하기도 했습니다. 예수님은 병자들을 고쳐 주실 때 안수를 하셨습니다. 또 세례 때 안수를 해줌으로써 세례 받은 이들이 성령을 받게 되었음을 표현했습니다. 여기서 안수는 무엇보다도 성령의 선물을 뜻했습니다. 축복도, 직무의 전달도(부제품, 신품, 주교품) 병의 치유도 모두 성령의 선물로 가능했던 것입니다.
미사에서의 안수는 사제가 손을 모아 빵과 포도주 위에 펴 얹는 것으로 드러납니다. 이때의 의미는 성령이 빵과 포도주 위에 내려오시어 그것들을 거룩하게 만들어 그리스도의 몸과 피로 변화시켜 달라는 청원의 의미입니다. 전례학에서는 이것을 성령 청원 기도라고 부릅니다.
강복
강복 자세는 손을 앞으로 쭉 뻗는 것입니다. 이때 손바닥은 강복 받는 대상을 감싸고 보호한다는 것을 보여줍니다. 그래서 강복 받는 이들의 머리 위로 손을 뻗는 것입니다. 첫영성체 때 아이들에게 강복을 하거나 첫 미사에서 새 사제가 강복할 때에는 손바닥을 신자들의 머리 위에 올려놓습니다. 합장 곧 두 손을 모으는 것은 집중과 헌신을 표현하는 행위입니다. 십자가에 못 박혀 돌아가신 분의 강복은 자신의 몸이나 다른 사람의 이마에 십자성호를 긋는 것으로 받게 됩니다. 후자의 경우를 예로 들면 집을 나서는 자녀의 이마에 십자성호를 긋는 것입니다.
장궤
사람이 교만해지면 어떤 자세를 취하게 될까요? 몸을 일으켜 세우고 고개 어깨 할 것 없이 들어 높입니다. 한마디로 내가 너보다는 크다, 내가 너보다는 낫다는 표현입니다. 그런데 겸손한 사람은 자신을 작게 여기고 고개를 숙입니다. 자세가 낮습니다. 그런 사람은 스스로를 낮춥니다. 마주선 이가 위대할수록 더욱더 낮춥니다. 자신을 더욱 미소하게 여깁니다. 우리 인간이 하느님 앞에 섰을 때보다도 자신을 더 작게 느낄 때가 어디 있겠습니까? 거룩하시고 지극히 높으신 하느님 앞에 나는 그 얼마나 미소합니까? 어찌 그분 앞에 교만한 자태를 버리지 않겠습니까? 저절로 작아집니다. 자신의 외양부터 낮추고 싶어집니다. 어느새 키를 반으로 줄이게 됩니다. 인간은 무릎을 꿇습니다. 그래도 마음이 편치 않으면 허리까지 굽히게 됩니다. 이렇게 낮아진 모습이 말하는 바는 ‘당신은 지극히 높으신 하느님이시오, 저는 아무 것도 아닌 자’ 라는 뜻입니다.
몇 십 년 전부터 대부분의 한국교회의 성당은 장궤틀을 설치하지 않습니다. 성당 공간을 많이 차지한다는 이유 때문인데 사실 깊은 숙고가 결여된 잘못된 결정으로 봅니다. 장궤의 의의는 전심으로 하느님을 경외하며 자신을 공손히 낮추는 데에 있습니다. 성당에 드나들 때 또는 제대를 지나칠 때마다 경례나 ‘무릎을 꿇음’으로 우리의 마음을 표현하는 것은 아름다운 모습입니다. 예수님은 당신 자신을 낮추시고, 고통당하는 이들과 실의에 빠진 이들과 연대하셨습니다. 그분은 죄인들 편에 서셨습니다. 예수님은 십자가에 달려 처형되시기 전에 겟세마니에서 무릎을 꿇고 기도하셨습니다. 나병 환자들과 죄인들은 그분 발 앞에 엎드렸습니다. 물 위를 걸으시는 분이 주님이심을 알아본 제자들도 그분께 엎드려 절했습니다.
필리피서에 나오는 찬가에서 무릎을 꿇는다고 한 것은 예수님께서 주님이자 구세주시라는 신앙고백을 몸짓 언어로 표현한 것입니다. 하느님께서도 그분을 드높이 올리셨습니다. “그리하여 예수님의 이름 앞에 하늘과 땅 위와 땅 아래에 있는 자들이 다 무릎을 꿇고 예수 그리스도는 주님이시라고 모두 고백하며 하느님 아버지께 영광을 드리게 하셨습니다(필리 2,10~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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월 전례봉사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