왜 제단(제대)을 흰 보로 덮어야 하나요?

교회는 제단을 흰 보로 (전에는 아마포로 된 흰 보를 세 겹으로, 현재에는 적어도 한 개의 흰 보로 : 미사경본 총지침 267항) 덮어야 한다고 규정하고 있습니다. 실제로 많은 그리스도 신자들은 이러한 것이 무엇을 뜻하며 어디에 근거한 규정인지 모릅니다. 예부터 세상의 모든 어머니들은 밥상을 아마포로 덮어서 차렸습니다. 제단도 본래는 상이었으니 교회도 그의 성스러운 상을 차리는 데 달리 했을까요!

그리스도교에 있어서는 하느님의 집이란 다른 무엇보다도 우선 저녁 만찬 장소이며 이 만찬의 중심점은 흰 보로 덮은 ‘주님의 성스러운 만찬상’이었습니다.

분명 우리 성당 안에 있는 제대는 저녁 만찬 상만이 아닙니다. 이 제대는 바로 십자가가 세워졌던 골고타 언덕의 반석을 대신하며 따라서 거룩한 십자가의 제사를 재현하는 제사의 제단이요, 거룩한 제찬의 상으로서 우리 앞에 놓여 있습니다.

실상 이 제대 위에 놓여 있는 것이나 그 위에서 이루어지는 많은 것들이 제사를 연상케 하지만(높은 좌석, 십자가 촛불, 향, 유해 등), 제대의 기본 형태는 제사를 위한 것이기보다는 제사에서 연유되는 음복 (飮福), 즉 성찬의 ‘상’입니다. 그래서 동방교회의 우리 형제들은 오늘까지도 제대를 ‘거룩한 상’이라 부르며 라틴 서방교회에 있어서도 ‘멘사=Mensa’, 즉 ‘상’이라고 부르기도 합니다.

초세기 교회에서는 제대가 상이라는 의식이 신자들 사이에 강했습니다. 우선 그 당시에는 모든 미사성제 시초부터 제대가 흰 보로 덮여져 있는 것을 눈앞에 보았고 이는 마치 집안 식구들이 둘러앉는 식탁과 꼭 같았습니다. 또 그보다도 더 중요한 사실은 우리 서방교회에서는 신자들이 실제로 이 거룩한 상에 직접 나올 수 있었고 그 상에서 사제의 손을 통하여 성체와 성혈을 받아 모셨다는 것입니다. 그런데 후대에 오면서 여러 가지 이유들로 인해 제대에서 신자들의 직접 성체를 모시는 영성체 방법이 퇴보되었습니다. 신자들은 제대상에 나올 수 없게 되었습니다. 그래서 신자들의 영성체를 위하여 그리 잘된 명칭은 아니지만 ‘성체 난간’이라고 하는 일종의 ‘대용품 상’과 같은 것이 생겨났습니다(계산성당의 성체 난간). 그 당시에는 이 성체 난간도 제대와 같이 흰 보로 덮어 놓았습니다.

우리 그리스도 신자들은 매 주일에 성당에 오면서 ‘주일의 의무를 채우기’ 위해서가 아니라, 주님이 마련하신 말씀과 성찬의 식탁에 초대되었다는 기쁨을 더욱더 배워야 하겠습니다.

성당에 오면서 이 잔치에 초대받은 사람은 ‘나는 그 잔치 중에 거행되는 것을 즐거이 구경은 하겠지만 함께 먹고 마시지는 않겠다’고 한다면 잔치에 완전한 참여를 했다고 하겠습니까? 깨끗한 흰 보로 덮은 잔치상에 모든 것을 차려놓고 ‘너희는 먹고 마시라’고 우리를 초대하는 주님께 찬미를 드리며 감사의 정으로 보답해야 할 것입니다.

미사 때 독서를 봉독하는 올바른 장소는 어디입니까?

이 물음에 우리는 간단하게 말할 수 있으며 미사 경본 총지침의 해당되는 항목을 가리킬 수 있습니다. “본기도가 끝나면 모두 자리에 앉는다... 독서자는 독서대로 가서 미사 전에 이미 놓아둔 독서집에서 첫째 독서를 선포한다.”(미사경본 총지침 128항). 그리고 이는 복음 전 둘째 독서에도 해당됩니다(미사경본 총지침 130항). 왜냐하면 “하느님 말씀은 성당 안에서 그 존엄성에 맞갖은 선포 장소를 필요로 합니다. 그리고 이 장소는 말씀 전례 동안 신자들이 자연스럽게 주의를 집중할 수 있는 곳이어야” 하기 때문입니다.(미사경본 총지침 309항)

미사의 역사를 살펴보면 비록 말씀의 선포를 위해 의무화된 장소를 지시한 어떤 시대도 없었지만, 적어도 천 년대에 와서 이 장소는 제단 영역, 그러니까 사제석 앞부분에 가까이 자리했습니다. 미사 전례 안에서 말씀과 성찬의 관련성은 오랜 세월 속에 신학적으로 자리 잡고 있었으며 표징으로도 항상 알아보았습니다.

언어적으로 현재까지도 강론대라는 말은 라틴어 ‘칸첼리’, 곧 사제석을 둘러싸고 있는 제단 울타리, ‘칸첼루스’ 라는 라틴어 표현에서 생겨났습니다. 강론대는 중세 전성기와 중세 후기에 와서야 비로소 제단에서 완전히 분리되었으며 가끔은 신자석의 중간 부분(원주 기둥 상단 부분)에 자리하기도 했습니다(유럽 중세에 건축된 성당 내부). 여기에는 여러 가지 이유가 있었습니다. 한때 강론은 전례와 완전히 분리되기도 했으며, 또 한때는 아주 큰 교회 안에서는 음향기기가 없었돈 시대였으므로 청중들에게 보다 가까이 다가가는 것이 필요했습니다.

우리 시대의 독서대는 원래 제단 가까이에 자리했던, 생겨난 제 자리로 돌아갔습니다. 여기에는 신학적인 근거가 있습니다. 전례개혁은 우리에게 하느님 말씀의 품위에 대한 새로운 성찰을 가져다주었습니다. 그리스도께서 현존하시는 말씀과 성사는 독서대와 제단의 가까운 자리에서 그 외적인 표지를 가집니다.

제대 가까이에 자리하는 독서대는 단순히 임의로나 또는 음향적인 문제만은 아닙니다. 올바른 성경 봉독 장소는 모든 음향학적 경험에 따라서 그리고 말하는 자와 듣는 자와 마주하는 지시에 상응하게끔 자리 잡게 합니다. 생생한 접촉은 듣는 것과 보는 것이 동시에 이루어지는데서 이상적으로 이루어집니다.

교회 건축의 다양한 단면도들에서도 독서대 자리를 정확히 규정하는 것은 그리 쉽지 않습니다. 그렇지만 이 독서대는 원칙적으로 이동할 수 있는 책받침대가 아닌 고정된 자리여야 합니다. 독서대는 “성당의 구조에 따라 설치하되 신자들이 서품 봉사자들과 독서자들을 잘 바라볼 수 있고 그들이 선포하는 말씀을 잘 들을 수 있는 곳이라야 한다”(미사경본 총지침 272항).

그러므로 독서대는 말씀 전례의 본질적인 행위가 이루어지는 곳입니다. 독서와 화답송, 복음 봉독, 부활찬송, 강론과 보편 지향 기도가 바쳐지는 곳이기도 합니다. 그리고 이 독서대는 하나여야 합니다. 왜냐하면 이것은 그 상징성에서 하느님 말씀의 하나됨에 가장 잘 부합되기 때문입니다. 복음은 그 고유한 등급을 가지지만 그렇더라도 성경 전체가 하느님 말씀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