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당에 들어서면 어디에 먼저 인사를 드려야 합니까?

제대는 교회의 원천이요 머리요 중심이신 그리스도의 신비의 표지입니다. 그리스도교 공동체가 그리스도 없이 존재할 수 없는 것처럼 “제대 없이 그리스도를 언급할 수 없습니다”(교부 시메온). 제대는 전례 거행에 있어 중요한 위치를 차지하고 있으며, 신학적으로도 큰 의미를 지니고 있습니다.

사도 바오로는 그리스도교의 제대가 ‘주님의 식탁’(1코린10,21) 이라고 표현했습니다. 제대는 어린양이신 그리스도가 자신의 사제직을 통하여 인간 구원과 하느님과 인간의 화해를 이루는 데 필요한 희생 제사를 재현하는 식탁인 것입니다. 따라서 제대는 하느님과 하느님 백성 사이의 만남이 이루어지는 중심점이 됩니다. 이와 같은 의미에서 전례 거행 중 가장 중심이 되는 곳은 제대이며, 교회는 그리스도의 상징으로서 제대에 대해 깊은 존경을 표시하는 것입니다.

사제는 미사 입당 때나 퇴장 때 제대에 대한 존경으로 제대 앞에 나아가 정중히 절을 합니다. 축일에는 제대에 분향을 합니다. 또한 사제는 복음 봉독 전에 제대 앞에 고개를 숙이고 “전능하신 하느님, 제 마음과 입을 깨끗하게 하시어, 합당하게 주님의 복음을 선포하게 하소서”하고 기도합니다.

마찬가지로 모든 교우도 제대 앞을 지나갈 때면 깊이 고개 숙여 존경을 표시합니다. 제2차 바티칸공의회는 제대에 대한 실천적인 지침을 발표하였습니다. 즉 제대가 한 분이신 구세주 예수 그리스도를 드러낸다는 것을 표시하기 위하여 성당 안에는 오직 하나의 제대가 설치되어야 하며, 이 제대는 돌로 고정되어야 한다는 것입니다. 그리고 제대는 다른 목적으로 사용되어서는 안 되고, 지나친 장식이 불필요하며, 그런 장식을 제대 둘레 가까이 두어서도 안 된다는 것입니다(예를 들면 성상들).

미사 전례에서 그리스도께서 주시는 선물은 먼저 기쁜 소식인 주님의 말씀입니다. 이 선물을 볼 수 있게 표현하기 위해 미사전례 시작 때 복음서를 들고 입장하며, 제단에 도착하면 복음서를 먼저 제대 위에 놓습니다. 그런 다음 말씀 전례 때에 독서대에서 이 복음서를 통하여 그리스도의 기쁜 소식이 선포됩니다. 믿는 이들은 제대에서 공동체 구성원 서로를 그리스도의 몸으로 묶어주는 음식을 받아 모십니다.

제대 축성 전례 때 바치는 축성 기도는 제대의 의미를 구체적으로 밝혀줍니다.

축성 기도에서 주교는 “이 제대가 우리에게 그리스도의 표지가 되게 하소서. 그리스도의 찔리신 심장에서 피와 물이 흘러 내렸으며, 그로써 교회의 여러 가지 성사가 세워졌나이다.” 하고 기도합니다. 그리고 제대 축성 미사의 감사송에서도 같은 동기를 표현합니다: “여기서 신자들이 영적 바위이신 그리스도께로부터 흘러나오는 강물을 통하여 주님의 성령을 영접해 모시오니, 신자들 자신이 그리스도를 통하여 거룩한 제물이 되고 생명 있는 제대가 되나이다.”

제대 축성 때에 주교는 먼저 제대에 성유를 바릅니다. 성유를 사람이 아닌 곳에 바르는 데는 성당벽 또는 기둥 그리고 제대뿐입니다. 제대는 그리스도를 위한 상징이 되며 그리스도란 말은 곧 ‘기름발린 자’란 뜻을 가집니다. 제대에 기름을 바를 때 주교는 “주님께서는 세상의 생명을 위하여 자신을 아버지께 봉헌하신 그리스도를 보여주는 표지가 되게 하소서”하고 기도합니다.

교회가 제대에 대해 깊은 존경을 표하는 이유는 제대가 곧 ‘그리스도’이고 ‘주님의 식탁’이라는 제대 신학에서 연유한 것입니다. 제대가 가장 중요한 자리가 되는 이유는 이곳에서 파스카 신비가 거행되는데 있습니다. 그리스도교 신앙의 중심을 이루면서 모든 그리스도교 생활의 원천이 되는 성찬례(미사)를 거행하기 위한 건물이 성당이고 또 성찬례가 이루어지는 곳이 제대인 까닭에 성당의 중심은 언제나 제대임을 알 수 있습니다. 제대는 동시에 그리스도께서 왕이시며 대사제로서 자리를 잡으시는 어좌가 됩니다. 여기서 그리스도는 선물을 나누어주시고 하느님 백성을 자신의 봉헌과 함께 하느님께 바치십니다. 제대는 그러므로 그리스도 자신을 나타내는 표지입니다. 이렇듯 제대가 차지하는 자리가 각별하기에 교회는 예로부터 제대에 특별한 존경심을 드러내 왔습니다. 그러기에 신자들이 성당에 들어서거나 제대 앞을 지날 때 제대를 향하여 공경의 표시로 깊은 절을 합니다. 서양에서는 지금도 사제가 미사 시작 때와 마칠 때 제대 위에 친구를 하고 성체와 성혈 축성 후나 제대 앞을 지나갈 때는 반드시 반 무릎을 꿇는 자세를 함으로써 그리스도를 상징하는 제대에 공경의 예를 표합니다. 한국교회 주교회의는 무릎을 꿇는 대신 깊은 절로 공경의 예를 표하도록 결정하였습니다.

십자가와 초는 꼭 제대 위에 놓아야 하나요?

제대의 십자가와 초는 각기 의미하는 바가 있습니다. 제대에 놓이는 십자가는, 성찬이 바로 예수 그리스도의 수난과 부활을 기념하는 것임을 나타내는 표지입니다.

전례가 이뤄지는 장소 중심에 모시는 십자가는 그리스도의 이름으로 모인 공동체의 한가운데에 부활하신 그리스도께서 와 계심을 드러내는 표입니다. 또한 십자가는 본래 땅 위에 세워진 것이기에 반드시 제대 위에 놓을 필요는 없고, 십자가를 앞세우고 행렬할 경우 말씀 전례와 성찬 전례 장소 중간 바닥에 세우도록 권합니다.

촛불은 빛으로 이 세상에 오셔서 만방을 비추신 그리스도를 상징하며, 또한 초가 스스로를 태워 빛을 내듯이 우리도 스스로의 희생을 통해 세상의 빛으로 타올라야 함을 뜻합니다. 그러므로 초는 그리스도인 생활의 중요한 순간에 또는 전례 의식을 거행하는 데 있어 본질적인 역할을 합니다.

미사 때 제대에 놓이는 초(촛대)는 제대의 장식에 속하지만, 그리스도의 현존을 강조하여 흠숭과 축제의 기쁨을 드러내는 것이니만큼 반드시 제대 위에 놓을 필요는 없습니다. 제대 위의 전례 용구들이 잘 보이도록 배려하면서 제대 가까운 곳, 바닥에 세워두기를 권합니다. 제대 위에 놓을 경우 성찬 전례가 거행되는 장면을 바라보는 신자들의 눈길을 가릴 수 있기 때문입니다.

제대 초는 전례 집전을 경건하게 하고 축제의 성대함을 드러내기 위해 사용되는 것이므로 초의 수에 따라 그 날 전례의 성격과 중대성을 알 수 있습니다. 일반적으로 연중 평일이나 ‘기념’ 등급의 성인 축일에는 두 개의 초에 불을 밝히고, 연중 주일이나 사도, 복음사가의 축일과 같은 ‘축일’ 등급의 날에는 네 개의 초에 불을 밝히며, 중요한 ‘대축일’의 경우에는 여섯 개의 초에 불을 밝힙니다. 그리고 교구장 주교가 집전하는 미사에는 주교에 대한 존경의 표시로 제대 위에 하나의 촛불을 더 밝힙니다. 일곱 개의 촛불이 밝혀지게 됩니다.

이처럼 축제일의 성격에 따라 제대 초의 수가 달라지며, 우리는 그 초의 수에 따라 그 날 거행되는 축제의 성격을 알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