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활 성야 전례와 부활 팔일 축제에 대해서 궁금해요.

답 : 전례거행의 올바른 시각선택은 이미 그 시간 안에서 무엇이 거행되는지를 알려주는 표지가 됩니다. 부활 성야 전례는 옛 전승에 따르면 주님을 위한 밤샘의 시간이었습니다(탈출 12,42: “그날 밤, 주님께서 그들을 이집트에서 이끌어 내시려고 밤을 새우셨으므로, 이스라엘의 모든 자손도 대대로 주님을 위하여 이 밤을 새우게 되었다.”). 신자 공동체는 밤을 새우면서 주님의 부활을 기다리며 거룩한 표지로 이 밤을 경축합니다. 아우구스티노 성인이 “모든 전야의 어머니”라고 표현했던 이 밤은 전례력에서 거행하는 모든 잔치의 뿌리가 되는 잔치이기에 초대교회에서는 온 밤을 꼬박 새웠습니다. 새벽녘이 되어 부활의 날이 밝아오면 성찬 전례로 이 밤의 전례를 마무리하였습니다. 우리 신자 공동체 또한 주님의 부활을 기념하는 날이 다가오면, 주님께서 당신의 죽음과 부활을 통하여 당신 백성을 위하여 마련하셨던 식탁에로 나아가야 할 것입니다. 부활성야의 말씀 전례 안에서 선포된 구원과 해방의 일이 온 세상 안에서 일으켜지고 완성되기를 기도해야 합니다.  

문: 부활 성야 전례를 시작하는 시각이 정해져 있나요?

답 : 부활 성야 전례는 밤이 되기 전에 시작하지 말아야 하며, 날이 밝기 전에 마쳐야 합니다. 부활 성야 전례의 시작 시각을 결정하는데 있어서 주안점은 신자들이 어느 시간에 많이 참여할 수 있는가에 달려있는 것이 아니라 부활성야 전례가 가르치고자 하는 의미에 있습니다. 

  사실 부활성야 전례는 네 부분으로 구성되어 있습니다.  ① 빛의 예식 ② 말씀 전례 : 구약에서 7개의 독서, 신약에서 2개의 독서를 듣습니다. 하지만 대부분의 일선 본당에서는 시간이 오래 걸린다는 이유로 독서의 숫자를 축소하는데 인간구원을 위한 원대한 하느님의 구원역사를 장엄하게 펼치는 성경 말씀을 듣는 일 년에 단 한번 주어지는 기회를 놓치는 것은 안타까운 일입니다. ③ 세례식 또는 세례서약 갱신 ④ 주님의 만찬인 성찬 전례. 

성탄의 풍습이 저녁에 강조점이 있는 반면 부활은 이른 아침에 그 강조점이 있습니다. 하지만 지난 세기에 성야 전례의 시작 시각을 조금 더 앞으로 당기려는 경향이 강하게 나타난 데다, 더욱이 현대인의 삶의 양식과 여러 가지 사목적인 이유로 말미암아 부활성야 전례를 해가 저문 후 몇 시간이 지나서 시작하고 있습니다. 

문 : 지난 주간은 ‘부활 팔일 축제’ 주간이었는데, 팔일의 특별한 의미가 있나요?

답 : 부활축일 다음의 한 주간, 부활 팔일 축제일은 특별히 뛰어난 자리를 차지합니다. 팔일 축제를 지내기 시작한 것은 4세기 초나 3세기 말까지 거슬러 올라갑니다. ‘팔일 축제’라는 말은 원래의 단어인 라틴어 옥타바(octava)라는 뜻으로 해당일과 이어지는 칠일을 합쳐 팔일 간 거행되는 축제 또는 한 주간의 축제를 표현하는 말입니다. 이 팔일 축제 동안에는 매일을 대축일로 지냅니다. 우리 신앙의 뿌리이자 중심인 부활의 큰 기쁨을 한 주간 계속하여 노래하게 합니다. 미사 중 대영광송을 노래하며 파견 때 알렐루야를 두 번 노래합니다. 이처럼 부활 팔일 축제의 전례는 파스카 신비에 초점을 맞출 뿐만 아니라 부활 성야에 세례로 새로 태어난 이들에게 관심을 기울이게 하는데도 그 특징이 있습니다. 세례로 새롭게 태어난 이들은 매일 성찬례에 참여하면서 신앙의 신비를 더욱 깊이 깨닫게 될 것입니다.

문 : 팔일 축제는 부활에만 있나요?

답 : 중세기에 특정 성인의 축일 등 많은 축일에 팔일 축제가 생겨났습니다. 그런데 팔일 축제가 점차 확산됨으로써 1년의 전례력에 과부하 현상이 생겨났고, 급기야 전례주년을 올바로 거행하는 데 방해가 되기도 했습니다. 결국 팔일 축제를 다시금 줄여야하는 상황에서 1955년 비오 10세 교황은 부활·성탄·성령 강림 대축일의 팔일 축제를 제외한 모든 팔일 축제는 삭제하였다가 1969년 전례력 개정 때 오늘날의 부활과 성탄 팔일 축제만 남게 되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