왜 교우들은 주일마다 모여야 합니까?

 그리스도교 공동체는 “주간 첫날”(사도 20,7-12), “부활의 날”(마태 28,1; 마르 16,9; 루카 24,1; 요한 20,1)에 모여 “사도들의 가르침을 받고 친교를 이루며 빵을 떼어 나누고 기도하는 일에 전념하였다”(사도 2,42). 신약성경이 우리에게 알려주는 주님의 날인 주일의 집회에 대한 증언입니다. 공동체는 “주님의 날”(묵시1,10)에 주님이신 예수 그리스도의 부르심에 찬미와 찬양 그리고 감사로 응답하기 위하여 모입니다. 이 모임은 그리스도인 공동체에게는 매우 중요하여 스스로를 ‘공동체 집회’로, ‘교회’로 불렀습니다(예. 사도 4,31; 12,12; 14,27; 15,30; 1코린 11,17-20). 아울러 신약성경 시대에 이미 주일에 대한 권고 또는 주의도 있었습니다: “어떤 이들이 습관적으로 그렇듯이 우리의 모임을 소홀히 하지 말고, 서로 격려합시다” (히브 10,25). 

 이미 1세기 이후 주님의 부르심에 상응하여 주일에 대한 의무가 공동체 안에서 생겨났습니다. “주님의 주일마다 여러분은 모여서 빵을 나누고 감사드리시오”(열두 사도들의 가르침, 14장). 그러니까 이날은 임의로 정한 어느 한 날이 아니라 주님의 날인 주일(主日)이며, 근원 축일이고, “전례주년 전체의 토대이며 핵심”(전례헌장 106항)이 되는 날입니다. 

 112년에 비트니아와 폰토 지방(지금의 터키)의 총독인 플리니우스(Plinius)가 당시 로마 황제인 트라야누스에게 보낸 편지에서 그리스도인들의 잘못에 대해 아래와 같이 보고하였습니다. “그리스도인들의 한 가지 유일한 잘못은 그들의 습관대로 정해진 어느 날에 그들이 모인다는 점입니다.” 304년 2월 12일에 카르타고에서 49명의 그리스도인들이 법정에 세워졌습니다. 왜냐하면 그들이 “로마 황제의 금령에 맞서서 모이기” 때문이었습니다. 그들이 그리스도인이었다는 것이 죄목이 아니라 모였다는 것이 그들의 죄목이었습니다. “왜 모이느냐?”라는 질문에 그들은 “모이지 않는 그리스도인은, 주님의 날이 없는 그리스도인은 그리스도인일 수 없기 때문입니다.”하고 대답하였습니다.

 공동체 주일 집회의 중심 내용은 주님의 식사, 우리 주님의 죽음과 부활에 대한 기념입니다. 주일은 주간 부활 축제일입니다. 이 식사 잔치는 “나를 기억하여 이를 행하라” 하신 예수님의 명을 따르는 것입니다. 주일에 신앙인들이 모여 성찬례를 거행하는 것은 공동체의 본질에서부터 요구되는 사항입니다. 여기에 그리스도인 공동체의 세 가지 근본 과업, 곧 신앙을 증거하는 과업(Martyria), 신앙을 거행하는 과업(Liturgia) 그리고 신앙을 실천하는 과업(Diakonia)은 서로 결합되어 있습니다. 

다르게 표현하면, 사도들의 가르침을 듣고(증거), 빵을 나누어 먹고 기도하는 일에 전념하며(전례), 서로 도와주는(봉사) 일은 신앙을 구체적으로 실천하는 일입니다. 그러므로 사도행전은 기쁨에 차서 하느님을 찬양하는 그들의 모습을 보고 믿지 않는 모든 사람들이 하느님을 믿게 되었다고 우리에게 알려주고 있습니다(사도 2,42). 이렇듯이 복음 선포는 성찬례와도 결부되어 있습니다. 이것은 “주님께서 오실 때까지 주님의 죽음을 전하는 것입니다”(1코린 11,26)라는 고백과 함께 성찬 전례에서의 기도와 독서 그리고 성경 해설(강론. 사도 10,7.11)을 통하여 증명됩니다. 말씀의 전례와 성찬례 거행은 서로 분리될 수도 없을 만큼 아주 밀접하게 연결되어 있습니다. 그렇더라도 중요한 것은 일상에서의 믿는 이들의 구체적인 삶과의 일치입니다. 즉 전례적인 거행과 사회적인 삶이 서로 분리되어서는 안 됩니다. 

 정기적인 공동체 모임이 필요하다는 것은 일반적인 사회생활에서도 인정하는 사실입니다. 모임을 생각하지 않는 사회는 없습니다. 서로 좋아하는 사람들은 만나고 싶은 열망을 가지고 있습니다. 또한 사회에서 같은 목적을 가진 사람들의 모임은 자연스러운 일입니다. 그렇지만 신앙인들에게 주일 집회를 거행하는 일에 법적 계명을 지움을 지적하는 것은 꼭 필요한 사항은 아닙니다. 주일의 성찬례 집회는 신앙인이 신앙인일 수 있는 정체성과 내적 당위성에서 자연스레 따라오는 움직임이어야 합니다. 당시 주일 계명은(참여 의무) 그리스도교 공동체 집회의 의미가 더 이상 이해될 수 없는 지역에서 필요했었습니다.

 주일 집회라는 오늘의 주제와 관련하여 신자들의 언어사용 습관에 대해서도 한번쯤은 생각해봄직한 단어가 있습니다. 사회에서 일반적으로 사용하는 언어인 ‘일요일’이란 단어를 우리 또한 아무 생각이나 거부감 없이 습관적으로 사용하고 있습니다. ‘일요일’이란 표현은 고대 이교 문화에서 태양신 숭배사상을 나타내었습니다. 그리스도인은 일요일이 아니라 우리의 신앙의 근원이자 뿌리가 생겨난 날, 곧 ‘주님 부활의 날’ ‘주님의 날’입니다. 그러므로 우리 자신의 언어 사용에서 ‘주님의 날’ ‘주님 부활의 날’을 나타내는 ‘주일’ (主日)이라는 말을 즐겨 사용하고 습관화되도록 해야 하지 않겠습니까? 단어 하나가 벌써 나는 ‘예수는 나의 주님이시다’ 라고 고백하는 신앙인임을 드러내줍니다. 마치 믿지 않은 이들이나 타종교인과 함께 식사를 하는 자리에서 십자성호를 자신 있게 그리고 떳떳하게 긋는 것이 주님을 증거하는 표시가 되듯이, 일요일이란 단어 대신 ‘주일’이라고 표현할 때 그 말은 저절로 주님을 증거하는 행위가 됩니다. 범어본당 교우 분들은 오늘부터라도 일요일이란 표현대신 주일이라고 말합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