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가 잘 알고 있는 아주 유명한 화가인 미켈란젤로는 자기 작품에 결코 자신의 서명을 남기지 않았다고 합니다. 거기에는 다음과 같은 이유 때문이랍니다.

어느날 바티칸에 있는 시스틴 성당의 천정벽화를 그려줄 것을 요청받은 그는 자기의 온 열성과 기도를 합하여 작품에 임하였답니다. 몇 달을 벽화그리기에만 몰두했던 그는 마침내 불후의 명작인 ‘천지창조’를 완성했습니다. 그림을 다 그린 그는 매우 흡족한 마음으로 천정 한쪽 편에 자신의 서명을 남긴 뒤, 뿌듯하고 자랑스러운 마음으로 성당 문을 열어 나서는 순간, 그는 눈부신 햇살과 푸른 자연의 아름다움에 그만 넋을 잃고 말았습니다.

세상의 그 무엇과도 비교할 수 없는 대자연의 아름다움! 그 무엇으로도 표현할 수 없는 황홀함에 사로잡힌 그 순간, 그에게 문득 다가온 하나의 깨달음이 있었습니다.

‘하느님은 이렇듯 아름다운 자연을 창조하시고도 그 어디에 서명 같은 것을 남기지 않으셨 는데 기껏 작은 벽화 하나를 그려놓고 거기에 내 이름을 남겨 스스로 자랑하려 했다니.....’

그는 즉시 되돌아가서 천정 벽화에서 자신의 서명을 지워버렸답니다.

그리고 그 이후로는 어떠한 작품에도 자신의 이름을 남기지 않았다고 합니다.

그는 진정 예수 그리스도 안에서 값없이 주시는 하느님의 은혜를 깊이 체험한 사람이기에 자연을 보면서도 이와 같이 자신을 온전히 비우시는 하느님의 은혜를 체험하게 된 것입니다.

그런데 우리는 어떻습니까?

이즈음은 홍보의 시대라고 말하기도 하지만, 대부분의 사람들은 조그마한 일에도 자신을 내세우고 인정받기를 원하고 좋아하고 있습니다.

본당에서 봉사를 할 때에도 누군가가 알아주지 않으면, 내심 섭섭해 하곤 합니다.

예수님을 위해 봉사하고 일한다고 애써 마음을 다잡아보지만, 마음 한구석 서운함이 자꾸 머리를 치켜들기도 합니다.

하느님께서 우리에게 베푸시는 사랑에 비하면 너무도 작은 우리의 봉사와 봉헌이 아닐 수 없는 데도 말입니다.

이번 한 주간 값없이 우리에게 주신 주님의 사랑을 깊이 묵상하며 주님께로부터 오는 위로만으로도 행복할 수 있는 신앙인이 되게 해달라고 기도하며 지내도록 합시다.

박 로사 원장수녀

2018. 7. 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