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려움과 죄

영적훈화 69

  “사랑에는 두려움이 없다.”(요한1 4,18)

  “용기를 내어라. 나다. 두려워 말라.”(마르 6,50)

  오늘 이 두 가지 말씀은 우리에게 힘이 되는 말씀이다. 사랑하는 사람에게는 어려움은 있을지라도 두려움 때문에 사랑을 포기하는 법은 없다. “두려움은 죄와 짝을 이룬다” 는 말이 있다. 참으로 맞는 말이다. 두려움은 인간을 움츠리게 하고 스스로 자신을 가두어 더 깊은 어두움 속으로 몰고 가게 한다. 그래서 두려움에 사로잡히면 모든 행동이 밝은데서 이루어지지 않고 은밀하고도 부정한 방법으로 이루어진다. 곧 진리(眞理)보다 악(惡)에 가까운 행동방식을 택하게 된다. 가장 대표적인 것이 ‘자살’이다. 나아가서 두려움은 사람으로 하여금 기도의 의미와 가치를 무의미한 것으로 여기고 기도를 어렵게 한다. 기도하기가 어려워지면서 늘어나는 것은 근심과 걱정뿐이다. 또한 두려움에 사로잡히면 제대로 가치판단이 안 되고 자기중심의 이기적인 행동을 하게 된다.

  남을 배려하고 애덕을 실천하는 능력과 여유를 상실하게 하고 결국은 죄와 짝을 이룬다. 예수님과 늘 가까이서 지냈던 제자들조차 예수님을 유령으로 착각하게 만든 것이 바로 두려움이다.    이와 같이 예수님을 귀신으로 여길 만큼 제자들 마음속에 자리 잡은 두려움은 무서운 것이다. 곧 두려움은 하느님을 만나는 큰 장애가 되는 것이다.

  두려움을 극복하는 일은 십자가의 예수 그리스도 외에는 방법이 없다. 그래서 예수님은 제자들에게 ‘두려워 말라’고 하신다.

  그리스도인은 이 세상이 주는 온갖 근심과 걱정에도 불구하고 하느님의 섭리 안에서 모든 일이 잘 되리라고 믿는 사람들이다. 그냥 순진한 휴머니스트를 말하는 것이 아니다. 하느님의 능력을 믿기에 두려워하지 않는 것이다.

  두려움은 인간의 초인적인 노력으로 극복되는 것이 아니라 오로지 하느님의 능력으로 극복되는 것이다. 왜냐하면 두려움은 악에서 나온 것이기 때문이다.

2010. 2. 17

  범어천주교회

최경환(F.하비에르)신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