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퀴벌레와 악마

영적훈화 86

  사람들이 싫어하고 피하는 바퀴벌레의 특징을 살펴보면 이러하다. 첫째는 음습한 곳을 좋아한다. 사람에게 도움이 되지 않는 습기와 먼지가 많은 곳에서 산다. 둘째는 밝은 곳보다 어두운 곳에서 활동하고 주로 밤에 많이 돌아다닌다. 셋째는 번식력이 대단히 강하다. 그래서 바퀴벌레는 아무리 잡아도 잘 없어지지 않는다.

  이러한 바퀴벌레의 특성은 악마가 지닌 특성과 거의 비슷하다. 첫째는 바퀴벌레가 음습한 곳을 좋아하듯 악마는 늘 인간의 약점과 드러내기 꺼려하는 부패한 부분에 기생하면서 그런 약점을 이용하여 인간을 분열시켜 간다.

  둘째로, 밤에 더 많은 활동을 하는 것처럼 악마는 어둠에 대해 느끼는 인간의 공포와 불안을 마음껏 이용한다. 가능한 밝은 곳에서 당당하고 정직하게 행동하기보다는 은밀한 곳에서 충동적인 욕망을 부추기면서 활동하도록 한다. 인간으로 하여금 은밀한 쾌락을 즐기게하여 불안과 공포라는 내면의 어두운 그림자를 벗어나지 못하게 한다. 악마에 사로잡힌 영혼은 그 삶 뿐 아니라 얼굴에서부터 무거운 그림자를 안고 살아간다.

  셋째는, 바퀴벌레가 번식력이 강하듯 악마는 언제나 혼자서가 아니라 다른 많은 악의 세력을 몰고 다닌다. 한 영혼이 악의 유혹을 물리치면 더 많은 악마들이 그 영혼을 공격하고 그 내면을 분열시킨다. 그래서 복음서는 “자기보다 더 악한 영 일곱을 데리고 그 집에 들어가 자리를 잡는다.”(마태 12,45)고 분명히 전한다.

  사람들은 바퀴벌레를 박멸하기 위해 온갖 노력을 한다. 그렇다면 우리 영혼을 음산하게 하고 부패하게 하는 악마들을 박멸하기 위해서 어떤 노력을 하고 있는가? 바퀴벌레를 그냥 내버려두면 온 집안이 음침한 장소, 불쾌한 공간이 되듯이 내 영혼에 자리 잡은 악을 물리치려는 노력이 없으면 내 영혼이 바로 악마의 집이 될 수 있다. 늘 깨끗이 정리하고 절제된 영혼에게는 악의 세력이 침투할 수 없다는 것을 잊지 말자.

2010. 6. 16

범 어 천 주 교 회

최경환(F.하비에르)신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