레지오 단원은 활동 대상자 한 사람 한 사람 안에서 그리스도를 뵙고 그리스도께 봉사한다.

영적훈화 362

가정방문을 할 때나 선교를 할 때 활동 대상자를 그리스도로 여겨 겸손과 봉사의 정신을 발휘해야 합니다. 한마디로 그리스도 신비체 교리를 이 때 적용해야 한다는 것입니다. 그리스도 신비체 교리는 레지오 봉사와 활동의 기초입니다.

레지오 상훈 셋째 대목에서도 ‘레지오 단원은 활동 대상자 안에서 성모님이 성자 그리스도를 다시금 보고 섬기시듯이 할 것’을 강조하고 있습니다. 레지오 단원들은 활동 대상자 하나하나 안에서 그리스도를 뵙고 봉사함으로써 어느 누구도 차별대우를 하지 않는다는 원리를 드러내어야 합니다.

단원들은 단지 불우 이웃에 대한 박애 정신이나 동정심만으로 활동해서는 안됩니다. “너희가 여기 있는 형제 중에 가장 보잘 것 없는 사람 하나에게 해준 것이 바로 나에게 해준 것이다”(마태 25,40)라고 하신 예수님의 말씀대로 단원들은 모든 이웃 안에 계신 그리스도를 뵙고 그리스도께 봉사해야 합니다.

교본 본문이 강조하듯이 “악한 사람, 배은망덕한 사람, 어리석은 사람, 괴로움을 겪고 있는 사람, 멸시당하는 사람, 버림받은 사람, 천성적으로 극도의 혐오감을 주는 사람 등 모든 사람을 새로운 눈으로 보아야” 합니다.

아시시의 성 프란치스코는 나환자를 견디기 어려운 공포의 대상으로 여겼습니다. 그는 어느 날 길에서 나환자와 마주쳤습니다. 나환자의 모습은 흉측하기 그지 없었고 살 썩는 냄새는 오감을 찌르고 마치 눈이나 입으로 세균이 침입해 들어올 것만 같았습니다. 그는 나환자에게 바싹 다가설 엄두가 나지 않았습니다. 그러나 예수님을 생각하면서 용기를 내어 나환자를 와락 끌어안고 목에 입을 맞추었습니다. 그때 비로소 기쁨과 자신감이 마음속에서 솟구쳤습니다. 그 순간 진정으로 자기가 그 사람을 사랑하고 있음을 느꼈습니다. 그는 조심스럽게 손을 놓고 환자에게 미소지었습니다. 그의 미소에 응답하는 듯한 상대방의 반짝이는 눈빛을 보자 성 프란치스코는 자기가 베푼 것 이상의 것을 받았음을 느꼈습니다. 그는 나환자 안에 계신 그리스도를 껴안았던 것이고 그분께 기쁨과 사랑의 은총을 받았던 것입니다.

2016. 1. 5.

천주교범어성당

김상호(야고보)신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