십자가의 표지는 희망의 징표이다.

영적훈화 366

주님 사업은 주님의 표지(標識), 곧 십자가의 표지를 지닌다는 것을 단원들은 명심해야 합니다.

어떤 냉담 신자가 이런 꿈을 꾸었습니다. 예수님이 기다란 십자가 두 개를 갖고 오셔서, “너도 이 십자가를 하나 지고 나를 따라 천국으로 가자”라고 하셨답니다. 이 신자는 예수님의 말씀을 따랐습니다. 그런데 천국 가는 길이 생각보다 멀었습니다. 십자가가 점점 무겁게 느껴지고 있는데 때마침 앞에서 예수님이 넘어지시길래 자기도 안심하고 넘어졌다가 두 무릎을 다쳤습니다. 두 번째 쓰러졌을 때는 팔꿈치를 다쳤습니다. 그는 ‘아이고 이러다간 다음번엔 이마가 깨질 거야. 아예 십자가를 가볍게 해서 따라가자’고 생각하고는 십자가의 한 귀퉁이를 잘라 내었습니다. 앞에서는 예수님이 계속 힘들게 지고 가셨습니다.

십자가가 무겁다고 느껴질 때마다 조금씩 잘랐더니 나중에는 작은 도막만 남게 되어 그것을 팔에 안고 따라 갔습니다. 마침내 신비롭고 찬란한 천국이 보였습니다. 그런데 불행히도 천국으로 건너가는 다리가 없었습니다. 그제서야 그는 자신이 짊어지고 온 기다란 십자가를 걸쳐 놓고 건너가야 된다는 팻말을 발견했습니다.

천국으로 거뜬히 건너가신 예수님이 측은하고 안타까운 표정으로 냉담 신자를 바라보고 계셨습니다. 이 신자는 발을 동동 구르다가 그만 잠이 깨고 말았습니다.

십자가는 하느님 사랑의 법칙입니다. 십자가의 수난과 고통 자체가 중요한 것이 아니라 십자가에 나타난 하느님의 사랑과 구원, 십자가를 통한 굳건한 믿음과 한결같은 희망이 중요합니다. 따라서 단원들은 십자가를 사랑하고 기꺼이 받아들여야 합니다. 몽포르의 성 루도비코 마리아는 십자가를 대단히 사랑했습니다. 그는 언제나 하느님의 뜻만을 실행하고 싶었기 때문에 어떠한 십자가도 거부하지 않았습니다. 그는 주어지는 모든 십자가를 하느님 선물로 받아들였습니다. 그는 자신을 따르는 사람들을 십자가의 벗들이라고 불렀고 실제로 ‘십자가의 벗들’이란 책도 남겼습니다. 그에게 있어서 십자가는 희망의 징표였습니다.

2016. 2. 2.

천주교범어성당

이성인(바오로)신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