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성지순례 단상

영적훈화 363

일본 천주교회는 1614년부터 1865년까지 약 200여년간 혹독한 박해의 시간을 지냈다. 강력한 금교령과 박해로 천주교회의 흔적을 찾는다는 것은 불가능해 보였다. 그 가운데에서도 파리외방선교회의 푸치찬 신부는 일본에 입국하여 일본의 문화와 역사를 공부하며 박해의 시간 속에서도 신자들을 만날 수 있기를 매일같이 기도했다.

푸치찬 신부는 파리외방선교교회의 총장에게 편지를 보낸다. “총장님, 오늘 3월 17일 낮기도를 바치려고 오우라 성당을 올라갔습니다. 지금까지 오우라 성당은 프랑스 절이라고 해서 신앙생활은 할 수 없고 단지 관광명소였습니다. 그런데 12시 30분 쯤 오우라 성당 앞에 열다섯명의 남녀 무리가 모여 있는데 지금까지 관광하러 온 사람들과는 느낌이 달랐습니다. 성당 문을 열고 기도를 하러 들어가자 그때 그 서성이던 사람들도 함께 들어와 각자 성당에 자리를 잡았습니다. 그리고 제가 무릎을 꿇고 기도를 바치자 50대 쯤 되어 보이는 여성이 옆으로 와서 똑같이 무릎을 꿇고는 오른 손을 자기 가슴에 얹으면서 나에게 귓속말로 말을 건냈습니다.

‘우리들의 마음은 당신과 같습니다. 우리들의 신앙은 당신과 같습니다.’ 총장님 이 말을 듣는 순간 이 말을 듣는 순간 제 가슴이 떨려왔습니다. 지난 200여년 동안의 박해에서 신자라고는 모두 사라졌을 거라고 믿었던 이 일본교회에 상상하지 못할 일이 일어났습니다.”

성모님을 찾는 그 여인에게 푸치찬 신부는 성모님을 보여드렸고 신자들은 정말 아기 예수님을 앉고 계신 성모님이라며 좋아했다.

200여년간의 박해 가운데에서 ‘신자발견’이라는 놀라운 일이 일어났다. 그들은 박해가운데에서 숨어지내며 세대를 거치며 자신들의 신앙을 이어오고 있었던 것이다.

- 성지순례 중 로사리아 수녀님의 이야기 인용 -

눈에 보이지 않는다고 해서 아무런 일이 일어나고 있지 않은 것이 아니다. 하느님은 사람들 눈에 보이지 않지만 조용히 당신의 활동을 하고 계셨음을 일본교회가 증명해준다. 우리 삶도 마찬가지이다. 드러나지 않는다고 해서 하느님이 없는 것이 아니고, 아무것도 하시지 않는다고 해서 또한 하느님이 없는 것이 아니다. 하느님은 침묵가운데에서도 당신의 일을 묵묵히 하고 계신다.

2016. 1. 12.

천주교범어성당

김병주(제노) 신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