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랑을 솔방주시는 주님

영적훈화 394

어느새 하늘이 드높아지고 제법 찬 기운이 느껴지는 가을입니다.

여름과 겨울 사이에서 잠시 지나가는 가을, 이 가을에 시 한편을 소개해 드리고자 합니다.

나는 꽃이에요. 잎은 나비에게 주고

꿀은 솔방 벌에게 주고 향기는 바람에게 보냈어요.

그래도 난 잃은 건 하나도 없어요.

더 많은 열매로 태어날 거에요.

김용석 시인의 ‘가을이 오면’ 이라는 시입니다. 시를 읽다가 ‘솔방’ 이라는 단어가 눈에 들어와 사전을 찾아보니 몽땅, 전부 라는 의미의 경상도 사투리라고 합니다.

가진 것을 나누어주고, 주고도 잃은 것이 없다는 내용의 시가 예수님과 참으로 닮았다는 생각이 들었는데 ‘솔방’ 이라는 단어를 보니 더욱 그러하다 싶습니다.

당신의 사랑, 생명까지 솔방 내어주신 하느님,

더많은 열매, 영원한 생명을 주신 하느님,

그 사랑을 솔방 받는 우리들,

하느님께 받은 사랑을 나누는 신앙인이 되기를 바라며 한주간도 주님 보살핌 안에 머무르시기를 기도합니다.

2016. 10. 11.

주교좌 범어대성당 

                             최 가타리나 수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