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캐오야, 오늘은 내가 네 집에 머물러야 하겠다.”

영적훈화 396

세관장 자캐오는 부자입니다. 그렇기에 그는 풍요로운 생활을 누리며 남부럽지 않은 삶을 살아갈 수 있습니다. 하지만 자캐오는 외롭습니다. 그 누구도 그와 함께 하려 하지 않기 때문입니다. 왜냐하면 그는 유대인임에도 불구하고 같은 동족의 세금을 걷어 로마에 바치는 민족의 배반자였기 때문입니다.

권력과 돈을 가졌지만, 그것만으로는 행복과 평화를 살 수 없었습니다. 그렇기에 그는 누구보다 마음이 가난한 삶을 살아가게 됩니다. 그 때 한 사람이 나타납니다. 소문으로만 듣던 구원자 예수님입니다. 자캐오는 멀리서라도 그분이 누구인지 보려고 애썼지만, 자신의 부족함 때문에 이마저도 허락되지 않았습니다. 하지만 그는 포기하지 않습니다. 자신의 부족함에도 불구하고 그분께 한 걸음 더 나아가기 위해 나무에 올라섭니다.

“자캐오야, 오늘은 내가 네 집에 머물러야 하겠다.” 자캐오가 내딛은 한 걸음은 모든 것을 변화시킵니다. 이처럼 우리가 가진 부족함은 주님께 나아가는 길에 있어 걸림돌이 될 수 없습니다. 오히려 그 부족함은 우리로 하여금 주님께 더욱 의지하게 도와주는 도구가 됩니다. 스스로 잘난 사람은 주님을 찾지 않습니다. 하지만 자신의 나약함과 부족함을 아는 사람은 자연스레 하느님께 손 내밀게 되는 것이죠.

자캐오의 손을 잡아 주신 것처럼, 주님께서는 우리의 손 역시 잡아주실 것입니다. 그리하여 우리 역시도 나를 믿어주고, 나를 지지해주는 그분 덕분에 회개라는 변화를 맞이할 수 있습니다. 바로 주님 안에서 새롭게 태어날 수 있게 되는 것이죠.

사랑하는 여러분. 주님께서는 당신께 내미는 우리의 손을 절대 놓치지 않으십니다. 왜냐하면 그분께서는 우리의 부족함을 사랑하시려고 이 세상에 오셨기 때문입니다. 그러니 나의 나약함과 부족함을 만났을 때, 지체 없이 그분께 손 내밀어 봅시다. 분명 그분께서는 우리 마음의 집에 머물러 주실 것입니다.

2016. 10. 25.

    주교좌 범어대성당 

                             류요한 요한 신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