벽 허물기

영적훈화 408

사람의 에고가 은행 열매보다 더 단단한 것일까?

좀처럼 깨어지지 않는다.

그 단단함이 사람 사이의 벽을 만든다.

벽이 있는 한, 한가지로 함께 잘 살기란 더 어려워지는 법이다.

나무도 가을 나무껍질이 두꺼우면

겨울이 더 춥다고 한다.

사람 사이의 벽도 너무 높고 두터우면

그곳은 늘 그늘이 지고 추울 수 밖에 없다.

그러나 벽은 저 혼자 절로 생기는 것이 아니다.

다 사람의 마음이 만드는 것이다.

마음을 탁 튼다면 마음이 만든 벽쯤이야

허물기 쉽지 않을까 생각해 본다.

- 천양희 시<마음의 벽>에서 발췌 -

우리들이 깨고 부수고 허물어야 할 마음의 벽들이 참 많이 있습니다.

타인과 나 사이에 높고 두텁게 쳐진 이 알 수 없는 벽들은 나만 바라보던 시선을 주위로 돌리고 내 안에 갇혀 나만 생각하던 이기와 아집의 껍질을 벗고 나의 눈길을 하느님께로 향할 때 조금씩 허물어질 벽들입니다. 나의 약함과 선입견으로 인해 생겨난 단단하고 굳은 마음의 벽들이 더 많기 때문입니다. 그리고 허물어야 할 벽들이 또 있습니다. 그래서 어떤 시인은 이렇게 노래합니다.

허물어야 할 벽들이 얼마나 많은가요?

따스하고 편안한 물질의 벽을 허물고

끼리들만 사랑하는 애착의 벽을 허물고

나만 고집하는 마음의 벽을 허물고서

비워서 얻는 더욱 충만한 삶을 찾아갑니다.

정유년 새해가 밝았습니다.

새로운 시작의 시간이 주어졌다는 기쁨으로 가득한 이때에 내 안에 허물어야 할 벽들을 다시 바라봅시다!

그리고 누구를 탓하지 말고 내가 먼저 시작할 수 있는 용기를 청해봅시다! 더욱 충만한 삶을 위하여! (*)

2017. 1. 31.

주교좌 범어대성당 

                             곽 필로메나 수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