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도의 종소리

영적훈화 378

언제부터인가 도시의 소음문제로 성당의 종소리가 사라져버렸다. 성당 첨탑 위에 높게 달려 있어야 할 고색창연한 종들이 성당 마당이나 성당 현관 앞으로 내려와 고스란히 모셔져 있는 것을 보게 된다. 관상용으로 전락하고만 종은 성당의 역사만을 이야기 해주는 유물로만 여겨져 먼지만 뽀얗게 쌓여가고 있는 것이다.

어릴 적, 내가 다니던 성당에도 첨탑 위에 종이 달려 있었다. 하루에 세 번, 성당지킴이 아저씨가 길게 드리워진 끈을 잡고 힘차게 당기면서 종을 친다.

종소리가 울려 퍼지면 성당 주변에 머물고 있던 이들은 하던 일을 멈추고 자리에서 일어나 성당을 향해 십자성호를 그으며 삼종기도를 바친다. 심지어 성당마당에서 온갖 장난을 일삼던 개구쟁이 주일학교 아이들도 그 순간만큼은 침묵이다. 6시 새벽미사에 늦지 않으려 종종 걸음을 치던 때엔 멀리서 들리는 종소리가 미사가 시작된다는 신호였기도 하다.

이제 우리 성당에도 높게 매달린 종은 볼 수 없지만 종소리가 울려 퍼지기 시작했다. 하루에 두 번? ^^ 새벽종은 이웃의 새벽잠을 깨우지 않기 위해 절제하고 낮 12시, 저녁 6시.. 두 번 종소리가 울려 퍼진다.

대성전과 구색을 맞추기 위해 그냥 울리는 종이 아니다.

그리스도교 수도원이나 불교의 사원에서 종소리는 하나의 신호로서 자기 역할을 톡톡히 해 낸다. 기상, 기도, 식사, 취침시간 등.. 하루 일과를 통제하고 열어가는 역할을 종(bell)이 모두 해 내는 것이다. 특히 종소리가 기도시간을 알리는 최고의 수단이기도 하다. 그래서‘수련자는 종소리에 순명하는 것이 잘 사는 것이다.’라고 한다.

우리도 종소리에 순명하며 살아보자!

기도의 종소리가 울려 퍼지면, 우선 멈춤!^^

자리에서 모두 일어나서 십자성호를 크게 그으며 기도하자! 오고 가는 순례자들과 함께 그 순간이나마 하나가 되어 삼종기도를 정성스레 바쳐보자! 누구라도 먼저 기도를 시작하면 된다.

“주님의 천사가 마리아께 아뢰니 .......

.

.

. 아멘 ”

성당 앞 광장에서, 오고 가는 길목에서, 회합실에서, 성당 사무실에서 .. 레지오 단원인 여러분이 먼저 용기를 내어 성호경을 긋자!^^ (*)

2016. 6 . 14.

       범어천주교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