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버지께서 자비하신 것처럼

영적훈화 389

우리는 올해, 자비의 희년을 살고 있습니다. (2015년 12월 8일~2016년 11월 20일 그리스도왕대축일)

하느님께서는 2000년 전에 당신의 외아들을 우리에게 보내시어 당신 사랑을 보여주신 것을 다시금 기억하게 하시고, 그리스도께서 우리를 사랑하셨던 것처럼 우리도 타인을 사랑할 수 있음을 가르쳐 주셨습니다.

사랑과 자비를 베푸는 것은 자비하신 하느님을 닮아가는 길이며 그 자비 안에서 우리는 하느님의 사랑을 체험하게 됩니다.

자비를 실천하는 것은, 배고프고 목마른 이들에게 먹을 것과 마실 것을 주고 만나는 사람들을 따뜻하게 대하는 태도입니다.

얼마 전 여름신앙학교 기간 중에, 아이들이 있는 성주로 가는 길이였습니다.

제 마음은, 아이들과 함께 하고픈 마음에 조금이라도 일찍 도착하고 싶은 조급함이 느껴지고 있었습니다.

그런데, 목적지에 거의 다다랐을 즈음, 한적한 도로가에서 어르신 한분이 손을 들었습니다.

순간, 가는 길에 방해 받고 싶지 않은 마음이 스쳐지나갔습니다.

그리고 그 짧은 순간, 착한 사마리아인의 비유도 함께 떠올랐습니다.

도움이 필요한 사람을 보고도 제 갈 길을 갔던 사제와 레위인이 말입니다.

그런데 성령께서 자비를 실천할 순간을 잡아주셨던 것 같습니다.

운전 봉사를 해 주신 자매님이 차를 세우셨고, 우리는 가장 도움을 필요로 하는 이웃에게 가진 것을 나누었습니다.

우리가 가진 것이 아닌, 주님께서 우리에게 주신 것을 말이지요.

덕분에, 아이들에게 가는 마음이 조급함에서 기쁨으로 바뀌는 순간을 체험하게 되었습니다.

우리에게 주어진 자비의 희년,

기도하고 사랑과 자비를 실천하여 하느님 아버지를 닮아가기를 더욱 더 닮아가는 자녀가 되기를 기도합니다.

2016. 8. 30.

주교좌 범어대성당 

                             최 가타리나 수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