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상 것을 구하는 기도는 중지해 달라!

영적훈화 392

지난 해, 순교자 성월을 지내면서 단숨에 읽어 내려간 책 한 권이 있습니다.

김길수 교수님의 한국천주교회사 강의를 이야기 식으로 엮은 책인데 우리 신앙선조들의 삶이 예수님의 생애만큼 큰 감동으로 다가와 읽는 내내 눈시울을 적셨던 기억이 납니다.

9월 순교자 성월이 아니더라도 꼭 권해 드리고 싶은 책입니다.

상 하, 두 권으로 된 하늘로 가는 나그네’라는 책 속에는 불과 200여 년 전, 천주신앙을 지키기 위해 자신의 모든 것을 내어 바친 우리 순교성인들의 삶과 신앙의 역사가 적혀 있습니다.

좁디 좁은 감방에서 상처투성이인 신자들이 서로 몸이 닿으면 상처가 부딪쳐서 견딜 수 없이 고통스럽지만 그 극악한 상황에서도 서로 위해주고 양보하고 늘 웃으며 함께 기도합니다.

그들의 너무나 아름답게 지내는 모습을 보고 감옥을 지키는 포졸이 어느 날 대구 읍내에 있는 자기 집에 와서 아내에게 이런 말을 했다고 합니다.

“인간으로서 도저히 살 수 없는 그 감옥에서 천주교 신자들은 웃으며 살고, 나는 돈까지 받으면서 바깥에서 편히 있는데도 불평이 가득하다. 그러니 옥 속에 있는 그들이 죄인인지 옥 바깥에 있는 내가 죄인인지 모르겠다.”

대구 감영에 수감된 이들을 이렇듯 지도하고 이끈 분은 바로 김대건 안드레아 신부님의 작은 할아버지이신 김종한 안드레아 성인이신데 그분이 형에게 남긴 편지 내용 또한 놀랍습니다.

“아직도 이 세상의 무엇을 도모하기 위한 기도라면 그런 기도는 중지해 주십시오. 다만 내가 겪고 있는 이 모든 고통 속에서도 이것 때문에 내가 주님의 사랑을 배반하지 않도록 해 달라는 기도라면 혈육의 정으로 청하니 간절히 기도해 주십시오.”

순교성인들이 우리에게 이렇듯 분명히 가르쳐 주고 계십니다.

복음 선포는 입으로가 아닌 삶으로 해야 하는 것임을 ~

우리 기도의 내용은 세상 것만을 구하는 기도가 아니여야 함을 ~ (*)

2016. 9. 27.

주교좌 범어대성당 

                             곽 필로메나 수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