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늘나라에서는 누가 가장 큰 사람입니까?”

영적훈화 442

예수님의 제자들이나 오늘 우리들이나 인간적인 바램은 비슷한 것 같습니다. ‘큰 사람’이 되고 싶은 마음입니다. 우리가 생각하는 ‘큰 사람’은 세상에서 높은 사람이 되는 것입니다.

그런데 예수님께서는 참으로 ‘큰 사람’이 되려면 어린이가 되라, 낮은 자리에 앉으라, 섬기는 사람이 되어라, 겸손하여라 등 우리가 바라는 것과 반대가 되는 것을 추구하라고 하십니다.

하늘나라는 어떠한 나라이기에 그러한 삶을 살아야 하는지 우리는 하느님에 대한 공부를 해야 하고 또 명심을 해야 하고 그렇게 살도록 애써야 하는 것일까요?

예수님이 보여주신 하늘나라는 어린이의 마음이 아니면 알아듣지 못하고, 겸손하지 않으면 들어가지 못하는 나라입니다. 하느님이신 예수님께서 사람이 되어 오신 강생은 하느님이라는 신분을 놓으신 엄청난 낮추심임을 우리는 알고 있습니다. 우리의 낮춤은 어느 정도이면 될까요?

무한하신분의 유한한 존재로의 낮추심은 계산으로 나올 수 없는 낮추심이십니다. 그런 하느님을 우리가 주님으로

모시고 살아가고 있습니다. 그 주님을 바라보는 우리는 그분의 낮추심을 먼저 알아보아야 합니다. 그 낮추심에서 우리에 대한 주님의 사랑을 짐작할 수 있고 알아들을 수 있습니다.

우리는 하느님 앞에 죄인이고, 보잘 것 없고, 제대로 하지 못해 고개를 숙이는 모습이 아니라 자신의 존재를 다 내어 드리는 다 맡겨 드리는 겸손이어야 합니다.

어떤 일이 벌어져 있으면 우리는 자신의 생각을 말하기 바쁩니다. 잘 된 것 보다 잘 못된 것을 찾아내기 위해 힘을 쏟고 있습니다. 그래서 판단하는 말들이 헤아릴 수 없이 떠돌아다니고 있습니다. 말의 홍수 속에서 허우적거리며 살아가는 느낌이 듭니다.

‘큰 사람’은 말을 함부로 하지 않습니다. 남을 판단하는 말을 함부로 하지 않습니다. 자신의 개인적인 생각이 반영되지 않는다고 불평하지 않습니다.

하늘나라는 하느님과 있는 그대로의 관계를 가지는 사람, 이웃의 작은 수고에 고마워하며 있는 그대로 받아들이는 사람에게 주어집니다.

2017. 9. 26.

   주교좌 범어대성당 

                        한 아녜스 수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