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느님의 말씀공간

영적훈화 458

여느 가정과 마찬가지로 저희 수녀원도 공동 휴식을 할 때면 다른 재미난 놀이를 찾지 못하고 TV 앞에 앉아 뉴스나 드라마를 보게 될 때가 많습니다.

몇 달 전 일입니다.

어느 날, TV를 켜니 ‘신호없슴’이란 글자만 달랑 뜹니다.

왜 이러나~ 알고 보니 케이블선에 문제가 있어 한동안 TV를 볼 수 없다고 하네요.

그래서 1-2주간 공동휴식방은 그 어느 때보다 조용했습니다. 그즈음 즐겨 보던 드라마 한편이 있었는데 덕분에 최종회를 놓쳐버릴 수밖에 없었지만 TV소음 없는 세상이 참 좋았던 기억이 납니다. 한 번씩 그리워지던 시골마을의 고즈넉함과 수도원의 고요가 느껴지기도 했지요..

그리고 하느님의 말씀을 담을 말씀공간을 마련해 나가기가 좀 더 쉬워졌습니다.

말씀이 머물 수 있는 마음의 공간을 마련하는 데는 이런 외적환경도 무시할 수 없습니다.

눈으로 보는 것, 귀로 듣는 것, 그리고 말하는 것 등으로 언제나 신경이 곤두서 있는 우리 마음과 정신, 생활 안에 말씀이 머물 수 있는 공간을 마련하는데 이런 고요와 침묵이 필요합니다.

그리고 하느님 말씀이 머물 자리에 세상근심과 걱정, 욕심으로 가득 채워져 있는 마음보를 비우기 시작해야 합니다.

하느님 말씀은 우리에 대한 사랑의 표현이고 우리에게 건네주시는 선물입니다.

말들이 난무하는 세상에 그 어떤 말보다 하느님의 말씀을 듣는 것, 그 말씀이 종일 머물 수 있는 말씀공간을 지니고 살아가는 것은 우리 신앙 삶이 뿌리를 내리고 단단하게 하는데 가장 중요한 요소입니다.

신년이 시작되는 1월에

신년 계획을 세우며

가족들과 함께 TV 안보기 운동

핸드폰 덜하기 약속을 하며

우리 마음과 정신, 생활 안에

‘말씀을 듣기 위한 공간’

‘말씀이 머물 수 있는 공간’을

마련해 봅시다!(*)

사랑하는 범어본당 가족 여러분~

올해도 복 많이 받으세요!

‘한만큼 은총’ 이라는 말 잊지 않으셨지요?^^

2018. 1. 16.

주교좌 범어대성당

곽 필로메나 수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