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수님의 약점

영적훈화 455

구엔 반 투안 주교님은 13년간 옥살이를 했습니다. 그중 9년을 독방에서 지냈고 손바닥을 제대와 성작으로 삼아 포도주 두 방울과 물 한 방울로 남몰래 미사를 봉헌했습니다. 주교님은 예수님의 약점을 사랑했습니다. 주교님이 사랑한 예수님의 약점을 정리해 봅니다.

● 예수님은 기억력이 좋지 않으십니다.

십자가 위에서 고난 중에 계셨던 예수님은 함께 매달린 죄수 하나가 “예수님, 선생님의 나라에 들어가실 때 저를 기억해 주십시오.”(루카 23,42)하고 말하는 것을 들으셨습니다. 예수님은 “너는 오늘 나와 함께 낙원에 있을 것이다.”(루카 23,43)하고 말씀하셨습니다. 그가 지은 죄를 모두 잊으신 것입니다. 되찾은 아들의 비유에서도 작은아들은 마음속으로 아버지에게 이렇게 말하겠다고 다짐합니다. ‘아버지, 제가 하늘과 아버지께 죄를 지었습니다. 저는 아버지의 아들이라고 불릴 자격이 없습니다. 저를 아버지의 품팔이꾼 가운데 하나로 삼아 주십시오.’(루카 15,18-19) 그러나 아버지는 멀리서 오는 아들을 보았을 때 모든 것을 잊고 아들에게 달려가 껴안으며 아들이 준비한 말을 할 겨를도 주지 않았습니다.

● 예수님은 수학을 모르십니다.

양 백 마리 가운데 한 마리를 잃었을 때, 예수님은 지체하지 않고 아흔아홉 마리를 사막에 좋아둔 채 한 마리의 양을 찾아 나섰습니다. 잃어버린 양 한 마리를 구하기 위해 어떤 위험이나 수고를 마다하지 않으십니다. 계산할 줄 모르는 단순함과 죄인들을 위한 사랑이 넘치시는 분입니다.

● 예수님은 재정과 경제를 모르십니다.

포도밭 일꾼들의 비유를 보면, 주인은 오전 9시, 12시, 오후 3시, 5시에 온 사람들에게 일을 시키고 똑같은 품삯을 주었습니다. 새벽부터 일한 사람이나 오후 5시부터 일한 사람이나 똑같은 품삯을 주었는데 단순한 실수일까요? 계산 착오를 한 걸까요? 아닙니다. 다분히 의도적이었습니다. 주인은 사람들에게 “내 것을 가지고 내가 하고 싶은 대로 할 수 없다는 말이오? 아니면 내가 후하다고 해서 시기하는 것이오?”(마태 20,15) 라고 말합니다. 주인의 대답에서 우리가 생각할 점은 우리들에 대한 예수님의 후한 사랑, 아낌없는 사랑, 무한한 사랑입니다.

2017. 12. 26

주교좌 범어대성당

이성인 바오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