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년째가 되자 대나무 밭에서 죽순이 돋기 시작했습니다.”

영적훈화 445

중국의 어느 마을에 장사꾼이 이사를 왔습니다. 그는 이해가 되지 않는 것이 한 가지 있었습니다. 그 지방 농부들의 대나무 키우는 방법이었습니다. 농부들이 심은 대나무는 다른 곳과 달리 제대로 자라지 않았습니다. 장사꾼이 농부들에게 싹도 나지 않는 대나무를 왜 심는지 물었지만 그들은 빙긋이 웃기만 할 뿐 대답하지 않았습니다. 두 해가 지나도 죽순은 돋지 않았습니다. 그 다음 해도 마찬가지였습니다. 장사꾼은 그것을 보면서 농부들의 어리석음을 탓했습니다. 대나무가 제대로 자랄 수 없는 땅이거나 아니면 대나무 자체에 문제가 있다고 생각했습니다. 4년이 되었지만 대나무는 여전히 순이 나지 않았습니다. 그러나 농부들은 대나무에는 신경도 쓰지 않고 자신들이 할 일을 할 뿐이었습니다.

그런데 5년째가 되자 대나무 밭에서 죽순이 돋기 시작했습니다. 그것도 헤아릴 수 없을 정도로 많았습니다. 그리고 한 달이 지나자 대나무는 무려 15미터 이상 자라서 빽빽한 숲을 이루었습니다. 농부들은 그제야 대나무를 베어냈습니다. 장사꾼은 믿을 수 없는 그 광경을 보고서 깜짝 놀랐습니다. 그가 궁금해서 묻자 한 노인이 대답했습니다. “모소라는 이름을 가진 이 대나무는 순을 내기 전에 먼저 뿌리가 땅속에서 멀리까지 자란다네. 그리고 일단 순이 돋으면 길게 뻗은 그 뿌리들로부터 엄청난 양분을 얻게 되어 순식간에 키가 자라는 것일세. 5년이라는 시간은 말하자면 뿌리를 내리는 준비기간인 셈이지.”

바쁘게 급하게 살아가는 우리들은 빨리 빨리 라는 말을 입에 달고 살아갑니다. 그렇다보니 해야 되는 일을 빨리 끝내지만 마음에 들 정도의 성과를 얻지 못할 때도 많습니다. 이는 아마도 준비가 부족하였기 때문이 아닐까 싶습니다. 예수님께서는 하느님 나라를 선포하기 시작하여 십자가의 죽음과 부활에 이르기까지 3년이라는 기간을 보내셨습니다. 그런데 3년이라는 기간을 위해서 예수님께서는 30년을 준비하였습니다. 우리는 가끔 준비하는 시간을 귀찮아합니다. 닥치면 할 수 있다고 생각하기도 합니다. 그러나 준비하지 않는다면 원하는 성과를 얻지 못할 가능성이 높습니다. 신앙생활도 마찬가지입니다. 평상시 생활 안에서 준비를 하지 않는다면, 즉, 기도를 하지 않고 사랑을 행하지 않는다면 우리들의 궁극적 바람인 구원은 멀어질 수밖에 없을 것입니다. 구원은 하느님의 뜻을 준비한 자에게 주어짐을 명심해야 하겠습니다.   

2017. 10. 17.

주교좌 범어대성당 

                         이성인 바오로 신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