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날수를 셀 줄 아는 지혜를..."

영적훈화 447

프란치스코 교황님께서 이 깊어가는 가을에 죽음에 대해 성찰해볼 수 있는 아주 좋은 묵상거리를 주셨습니다. 그 내용을 나누고 싶습니다.

<과거와 달리 현대인들은 자꾸만 죽음을 지우려합니다. 자신에게 남은 날을 헤아려볼 생각은 안 한다고, 영원히 살 것처럼 행동하고 있습니다.

“저희의 날수를 셀 줄 알도록 가르치소서. 저희가 슬기로운 마음을 얻으리이다.”(시편 50,12절)라는 시편 한 구절을 상기시켜 보고 싶습니다.

"살날을 셀 줄 알아 슬기로워진다!“ 이 말은 우리를 건전한 현실주의로 이끌어주고, 전능하다는 망상에서 벗어나게 해줍니다. 우리는 무엇입니까? 다른 시편에서 말하듯 ‘거의 아무것도’ 아닙니다. 우리네 인생은 빠르게 지나갑니다. 설사 100년을 산다하더라도 결국에는 한순간 번쩍거린 섬광과 같습니다. 저는 노인들에게서 ‘인생이 쏜살같이 지나갔다’는 얘기를 많이 들었습니다.

그리스도인의 희망은 이 지상 여정의 마지막 순간에 주님의 얼굴을 뵐 수 있다는데 있습니다.

예수 그리스도가 회당장 야이로의 죽어가는 딸을 살리신 기적 사건(마르 5)을 함께 봅시다.

사람들은 회당장의 딸이 죽었다고 수군거렸습니다. 그러나 그리스도께서는 당신을 믿고 발 앞에 엎드려 애원하는 회당장에게 “두려워하지 말고 믿기만 하라”고 이릅니다. 절망과 두려움 속에서도 포기하지 않는 이 ‘신앙의 불꽃’이 우리를 구원의 길로 이끌고 있음을 새겨야 합니다.

"우리는 모두 죽음의 신비 앞에서 작아지고 무력합니다. 하지만 마지막 순간에 우리 마음에 작은 신앙의 불꽃을 간직하고 있다는 건 얼마나 큰 축복입니까! 예수님께서 회당장 야이로 딸의 손을 잡으시고 “탈리다 쿰(Talita Kum)”, “소녀야, 일어나라!”(마르 5,41)하고 말씀하셨듯이 우리 손을 잡고 인도해 주실 겁니다. 주님은 우리에게도 그렇게 하실 겁니다. 우리 각자 모두에게 “일어나라, 일어나 가라!”하실 겁니다. 눈을 감고 죽음의 그 마지막 순간을 상상해 보시길 바랍니다.">

위령성월에 세상을 떠난 이들을 위해 기도드리는 것과 함께 자신의 남은 날에 대한 묵상으로 우리의 삶은 주님 안에서 완성됨을 잊지 않고 살아야 하겠습니다.

2017. 10. 31.

주교좌 범어대성당

한 아녜스 수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