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님 세례 축일과 연중시기

영적훈화 457

주님 세례 축일을 통해 우리는 성탄시기를 마무리하고, 연중시기에 들어가게 됩니다. 연중 시기에 들어감에 있어 주님 세례 축일을 지내는 이유는 무엇일까요? 그것은 우리도 세례를 받을 때 물로써 세례를 받기 때문입니다. 그렇다면 왜 하필이면 물일까? 그 이유는 물의 속성이 세례의 의미와 너무나도 딱 들어맞기 때문이고, 연중시기를 통해 우리가 살아야 할 모습을 보여주기 때문입니다.

1. 물과 세례는 죽음을 뜻합니다.

노아의 홍수를 생각해 보십시오. 아니 몇 년 전에 있었던 우리나라의 대홍수를 생각해 보십시오. 얼마나 많은 사람이 죽었습니까? 세상에서 가장 무서운 재앙 중의 하나는 물이요. 물은 죽음을 뜻합니다. 세례 또한 죽음을 뜻합니다. 세례란 먼저 세상의 죄악과 헛된 욕망에 대하여 죽는 것을 의미합니다. 이렇게 물과 세례는 죽음을 뜻합니다. 

2. 물과 세례는 정화를 뜻합니다. 

물 없는 세상을 한 번 생각해 보십시오. 이 얼굴, 저 얼굴 모두 엉망일 것입니다. 이 옷, 저 옷 모두 지저분할 것입니다. 이 사람, 저 사람 모두 악취뿐일 것입니다. 물은 세상의 더러운 것 모두를 깨끗이 씻어냅니다. 마찬가지로 세례는 과거의 죄를 씻어버림을 뜻합니다. 우리는 세례로써 원죄뿐만 아니라 우리 자신이 지은 모든 죄와 죄벌까지도 용서를 받습니다. 그러므로 물과 세례는 정화를 뜻합니다. 

3. 물과 세례는 겸손을 뜻합니다. 

흐르는 물을 생각해 보십시오. 물은 언제나 낮은 곳으로 흘러갑니다. 물은 낮은 곳으로 내려가면 갈수록 더 큰 물이 됩니다. 이렇게 물은 바다와 같이 크게 되기 위해 낮은 데로 임하는 겸손을 뜻합니다. 세례도 마찬가지입니다. 우리는 세례를 받음으로써 하느님의 자녀, 하느님의 상속자가 됩니다. 그럼으로써 그리스도의 왕적 신분을 행사하게 됩니다. 그러나 왕직은 겸손과 사랑을 실천할 때 완성됩니다. 끊임없이 낮은 자로 살아갈 때 참된 하느님의 자녀가 되기 때문입니다. 그러므로 물과 세례는 겸손을 뜻합니다. 

4. 물과 세례는 생명을 뜻합니다.

오아시스 없는 사막을 생각해 보십시오. 죽음입니다. 이 세상에 물이 없다면 우리는 단 하루도 살 수 없습니다. 그러기에 물은 생명 그 자체입니다. 세례도 그렇습니다. 세례는 새로운 생명으로 탄생하는 것입니다. 우리는 부활하신 주님을 믿고, 세례를 받음으로써 영원한 생명을 얻을 수 있기 때문입니다. 그러므로 물과 세례는 생명을 뜻합니다. 

5. 물과 세례는 본질은 같지만 모양새는 여럿임을 뜻합니다. 

그릇에 담겨있는 물을 생각해 보십시오. 또 유리컵에 담겨있는 물도 생각해 보십시오. 물은 그릇에 담으며 그릇 모양을 지니고, 유리컵에 담으면 유리컵 모양을 지닙니다. 그러나 자기 속성, 자기의 본질은 잃지 않습니다. 세례도 그와 같습니다. 우리는 세례를 받을 때, 각자 고유한 세례명을 받습니다. 그러나 본질은 같습니다. 베드로는 베드로의 모양으로, 바오로는 바오로의 모양으로, 마리아는 마리아의 모양으로, 그리스도와 하나를 이루는 것이 목적이기 때문입니다. 

2018. 1. 9.

주교좌 범어대성당

류요한 요한 신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