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다림의 대림

영적훈화 451

누군가를 기다려본 사람은 알 것입니다. 그 시간이 얼마나 설레고 간절한 순간인지. 당연히 가만히 앉아 기다릴 수는 없습니다. 몸과 마음이 분주해지며 기다리는 그 사람을 위해 만반의 준비를 하겠고, 그 준비의 시간 동안 어느새 우리 마음은 기쁨과 희망으로 가득차게 됩니다.

가톨릭 교회에도 이러한 기다림의 시간이 있습니다. 바로 전례력으로 새해가 시작되는 대림시기입니다. 우리를 구원해줄 그리스도의 오심을, 아기 예수님의 탄생을 기다리는 이때야말로 그 어느 때보다 간절하고도 감미로운 희망의 시기일 것입니다.

그렇다면 대림시기가 지닌 기다림의 영성은 어떤 의미를 지니고 있을까요? 대림시기의 영성은 크게 종말의 순간과 현재의 순간에 있을 구원의 신비와 희망, 회개로 압축됩니다.

첫째. 대림시기는 예수 그리스께서 세상 끝날에 영광스러운 모습으로 다시 나타나 세상을 구원한다는 사실을 믿고 기다리는 때이자, 현재 내가 사는 이곳에 하느님께서 찾아오실 것이란 약속의 시간입니다.

둘째. 대림시기는 희망에 찬 기다림입니다. 구세주 예수님께서 다시 오신다는 소식은 신앙인들에게 희망으로 가득찬 미래를 약속하는 것이자, 지금 이 시간 안에서도 하느님 나라를 이룩할 수 있다는 희망의 의미입니다.  

셋째. 대림시기는 참회와 회개, 속죄의 시기입니다. 깨어 기다리는 동안 자신이 저지른 잘못을 반성하고, 예수님 탄생의 기쁨을 더 온전하게 누리기 위해 우리는 죄를 고백하고 하느님께서 우리를 사랑하고 있음을 되새기며 보내야 합니다.

이렇듯 우리는 이제 기다림의 시간을 보내게 됩니다. 우리의 기다림은 시작되었습니다. 이 기다림은 두려움과 혼란의 기다림이 아닌 기쁨과 희망, 구원의 확신으로 가득찬 기다림입니다. 기다림의 대림시기를 마치며, 우리는 어떤 모습으로 아기 예수님을 맞이하고 있을까요? 우리에게 다가오시는 예수님을 잘 맞이하기 위해 나의 작은 것들부터 되돌아보고, 사랑을 키워나가는 우리들이 됩시다.

2017. 11. 28.

주교좌 범어대성당

류요한 요한 신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