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깨어 기다려라“

영적훈화 452

대림시기면 늘 듣는 말이기 때문에 별로 새로울 것이 없는 느낌이 드는 말입니다. 그런데 왜 그렇게 끊임없이 강조를 하는지 좀 관심을 기울여야 할 것 같습니다.

깨어 있음은 제대로 보는 상태이고 제대로 듣는 상태를 말합니다. “졸지 말고 잘 들어라”는 말을 하는 것은 졸고 있는 상태는 제대로 듣지 못함을 말하는 것입니다.

주님께서 오시는데 졸고 있으면 오시는 순간을 놓치게 된다는 것이겠지요.

우리가 살고 있는 이 시대는 말의 홍수상태라 할 정도로 말이 넘치고 있습니다. 그 말 중에 참말은 얼마나 될까요? 진실이 얼마나 될까요? 거짓이 판을 친다는 것은 제대로 듣지 않고 보지 않고 말하는 것입니다.

진실을 알기까지 많은 인내가 필요하고 기다림이 필요합니다. 천문학자들이 별의 움직임을 보고 왕의 탄생이 있을 것이라는 예견은 하였지만 왕을 찾아가 경배한 사람은 세 사람뿐이었습니다.

우리는 성경말씀을 얼마나 믿고 받아들이고 있는지요? ‘그렇다하니 그렇다고 생각 해야지뭐’하는 정도는 많이 부족합니다. 하느님은 당신의 말씀을 실천하라고 끊임없이 말씀하십니다.

이스라엘 백성들도 예언자들을 통하여 끊임없이 하느님의 뜻을 전해 들었습니다. 그럼에도 백성들은 듣는 것은 듣는 것이고 자신이 원하는 것은 따로였습니다.

깨어 있음은 마음이 깨어 있음이요, 정신이 깨어 있음이요, 들리는 말씀을 순수하게 받아들이고 따름을 말합니다. 깨우침은 적당하게 하려는 마음과 정신에는 들어오지 않습니다.

우리는 구세주의 오심을 깨어 기다려야합니다. 비단 대림시기만은 아닙니다. 내가 주님 앞에 서는 그 순간을 생각하면서 정신을 허트러지게 해서는 안되겠습니다. 지난주 토요일에 드망즈홀에서 ‘정난주 뮤지컬’공연을 관람하였습니다. 1081년 기해박해로 남편 황사영이 육시형을 받고 순교하고, 아들은 추자도 섬에 홀로 던져두게 되고, 자신은 평생 관노로 살면서 “왜 이런일을 겪어야 하느냐”며 하느님께 절규합니다. 그러면서도 복음은 한 순간도 잊지 않고, 함께 노비로 사는 이들에게 어머니가 되어주고 위로가 되어주는 삶을 살았습니다. 그 애절한 부르짖음은 마지막 순간에 아들을 돌보아 주신 하느님을 체험하면서 함께하시는 하느님을 고백합니다.

하느님을 만나기 위해 깨어 있어야하고 복음을 실천하면서 인내해야함을 보여줍니다. 우리 자신의 일생을 걸고 인내하며 갈망하며 준비합시다.

2017. 12. 5.

주교좌 범어대성당

한 아녜스 수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