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는 얼마큼 용서하고 화해하는가?

영적훈화 428

...... 교회의 성인은 한 번도 잘못하지도 않고 한 번도 죄짓지 않고 살았다는 의미가 아니다. 예수님이 말씀하시는 거룩함, 성덕은 회개할 줄 아는 능력, 뉘우칠 줄 아는 능력에서 시작된다. 새로 시작할 마음이 있어야 거룩한 사람이 될 수 있다. 용서하고 화해할 줄 알아야 성인성녀가 될 수 있다. ......

견진성사를 준비하는 이들을 위한 정래곤신부님의 특강 중, 기억에 남는 한 대목입니다.

언제나 큰 산 큰 언덕처럼 내 앞에 다가서는 삶의 크고 작은 어려움들을 이겨내는 힘은 그저 그분을 따르고자 하는 열망, 그분을 바라봄에서 시작되는 것이 아닌가 싶습니다.

우리는 늘 작은 것에 분개하고 조금이라도 자존심에 상처를 입으면 즉각 반응하며 감정에 휘말리곤 합니다.

이방인의 사도라 불리우는 바오로 역시 예외는 아니었던지 바르나바와 함께 제1차 선교여행에 동행했던 마르코라고 부르는 요한을 바르나바는 제2차 전도여행에 다시 데려가려고 합니다. 하지만 바오로사도는 팜필리아에서 자기를 버리고 떠나 함께 일하러 다니지 않은 요한을 데리고 갈 수 없다고 주장하다가 바르나바와 감정이 격해져서 서로 갈라집니다. (사도 15,39)

그 이후의 기록은 성경에 없지만 바오로는 바르나바와 화해했다고 합니다. 또한 자기를 버리고 떠난 마르코라고 부르는 요한과도 서로 화해한 것으로 전해집니다. 특히 마르코는 그 이후에 바오로의 협력자로 함께 일했으며 마지막으로 바오로가 로마감옥에 투옥당해 있을 때에도 함께 있었던 것으로 전해지고 있습니다.

성경기록으로 그 상황을 어렴풋하게나마 그려볼 수 있습니다. 위대한 바오로사도도 절친 바르나바와 서로 언쟁하다 감정이 격해져 서로 갈라지게 되었으나 서로 용서하고 화해했다는 것입니다.

우리 역시 교회 일을 하면서 이런 일들을 겪을 때가 있지 않습니까? 그때 여러분은 어떻게 하십니까? 안보면 그만이다며 한번 돌아서면 영영 끝입니까? 그리고는 절대 함께 하는 법이 없지는 않습니까?

저는 이런 사람을 가장 무서워합니다.

적어도 내가 용서해야 할 사람, 내가 용서받을 사람들에게 나자신을 열어두는 것만큼은 해야 하지 않겠습니까?

내가 먼저 다가가기 힘들다하더라도 손을 내미는 이들을 받아주는 일, 용서하고 그들과 화해하려는 마음만큼은 열어두어야 하지 않겠습니까?

우리 모두는 나약하고 용서가 필요한 존재임을 깨달아가는 여정이 신앙의 여정입니다.(*)

2017. 6. 20

주교좌 범어대성당 

                           곽 필로메나 수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