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다보다 더 넓은 것은 용서라는 관대한 마음입니다.

영적훈화 440

빅토르 위고의 장편소설 “레미제라블”에서 주인공 쟝발장은 빵 한 조각을 훔쳤다가 죄가 불어나 무려 20년 동안 감옥살이를 하고 만기출소 합니다. 하지만 전과자라는 이유로 사람들로부터 외면당합니다. 잠잘 곳이 없어 방황하던 중 사제관에서 뜻밖의 따뜻한 대접을 받게 됩니다. 은식기로 식사 대접까지 받았는데 그만 그날 밤 은식기를 훔쳐 달아납니다. 얼마 후 쟝발장은 경찰에게 붙잡힌 채 사제관에 끌려옵니다. 그런데 이를 본 신부는 쟝발장에게 “은식기와 은촛대 모두 내가 준 것인데 당신은 왜 은촛대는 가져가지 않았습니까?” 라고 말합니다. 신부의 용서에 감격한 쟝발장은 회개하고 새사람이 됩니다. 한편 끊임없이 쟝발장을 쫓아다니면서 괴롭힌 쟈벨 경사가 있습니다. 쟝발장이 어느 소도시의 시장이 되었을 때 쟈벨 경사는 가만히 있지 않았습니다. 쟝발장의 뒤를 끈질기게 추적하면서 과거에 탈옥범이었다는 사실을 사람들에게 알리고자 했습니다. 그 때 프랑스혁명이 일어났고 쟝발장을 존경하는 청년대원들은 일평생 쟝발장을 괴롭힌 쟈벨 경사를 잡아옵니다. 청년들은 자벨 경사를 총살시키려 했습니다. 근데 이 사실을 알게 된 쟝발장은 사형을 중지할 것을 말하면서 오히려 자벨 경사를 풀어주어 자유인이 되게 합니다. 쟈벨 경사는 쟝발장을 향해 묻습니다. “당신이야말로 나를 가장 죽이고 싶었을 텐테 왜 살려 줍니까? 왜 입니까?” 그 때 쟝발장은 말합니다. “이 세상에는 넓은 것이 많이 있소. 바다가 땅보다 넓고 하늘은 바다보다 더 넓소. 이 바다보다 더 넓은 것은 용서라는 관대한 마음이요.”

교회는 주님의 용서를 우리들에게 전하고 있습니다. 우리들이 주님의 자비로운 마음을 닮도록 촉구하고 있습니다. 미사 안에서 “저희에게 잘못한 이를 저희가 용서하오니 저희 죄를 용서하시고” 라고 기도 바치고 있는 우리들이지만 과연 일상 안에서는 얼마나 이웃에게 관대하고 자비로운지 되돌아보아야 하겠습니다. 오늘도 주님은 말씀하십니다. “나도 너를 단죄하지 않는다.” 여기 있는 우리들은 주님의 관대하고 자비로운 마음을 닮아서 이웃을 단죄하지 않고 사랑으로 감싸고 받아들이는 넓은 마음을 지녀야 하겠습니다.

2017. 9. 12.

주교좌 범어대성당 

                         이성인 바오로 신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