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느님 앞에서 가난”

영적훈화 437

이 세상을 살아가는 우리에게 필요한 것은 분명히 있습니다. 먹을 것도 있어야 하고, 입을 것도 있어야 하고, 잠 잘 곳도 있어야 합니다. 주님의 기도에서 예수님께서도 일용할 양식을 위해 기도하라고 하셨습니다. 그리고 하느님 뜻에 맡겨 드리라고 하셨습니다.

우리의 영적인 진보를 위해서도 우리의 노력은 일용할 양식을 청하는 것이고 그 다음은 하느님께 맡겨드리는 것입니다.

우리는 자신의 것을 다른 누구에게 맡기는 것을 힘들어하며 거부합니다. 그래서 하느님께 맡기는 것도 잘 되지 않음을 느낍니다. 하느님께 맡겨드림은 겸손입니다. 그리고 가난입니다. 예수님께서도 아버지께 맡겨드렸습니다. 그것은 죽음에 이르기까지이며 겸손과 가난의 절정입니다.

하느님께 나아가는 길은 분명히 좁은 길이기에 쉽게 그 길로 가지 못하고 있습니다. 좁은 길은 내가 가지고 싶은 것을 다 가지고는 갈 수 없기 때문입니다.

“나의 주 그리스도 예수님을 아는 지식의 지고한 가치 때문에, 다른 모든 것을 해로운 것으로 여깁니다. 나는 그리스도 때문에 모든 것을 잃었지만 그것들을 쓰레기로 여깁니다. 내가 그리스도를 얻고 그분 안에 있으려는 것입니다.”(필립3, 8-9)

그리스도를 아는 방법은 세상의 방법이 아닙니다. 그리스도의 방법을 따라야 합니다. 아버지 뜻에 맡겨 드리는 것입니다.

하느님 앞에 가난한 사람은 하느님의 은총이 너무나 간절하기에 하느님을 가까이에서 바라보고 싶고, 느껴 보고 싶고, 말씀을 가까이에서 들어보고 싶어 합니다. 여러분은 얼마나 가까이 다가가려고 애를 쓰십니까?

미사에 참여하기 위해 성당에 들어오는 사람들을 바라보면 하느님께 가까이 가고 싶어 앞자리로 나아가는 사람들이 얼마 되지 않습니다. 대부분 적당한 뒷자리를 선호합니다. 제대는 바로 예수 그리스도께서 자신을 성부께 바치시는 가장 거룩한 곳입니다. 제대와 가까울수록 잡다한 것에서 멀어지게 해 줄 뿐만 아니라 하느님께 대한 열정이 더 크게 해 줄 것입니다.

하느님께서는 우리의 부족함을 다 알고 계십니다. 그래서 외아들 예수님을 보내 주신 것입니다. 우리는 하느님을 믿고 그분의 구원에 감사드리며 의지하는 가난한 마음으로 하느님께 가까이 나아가도록 합시다.

2017. 8. 22.

  주교좌 범어대성당 

                         한 아녜스 수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