참된 그리스도인이 되는 길

영적훈화 430

6.25 전쟁 중 어느 추운 겨울날이었습니다. 한강 철교가 끊어진 둑 근처에서 갓난아기 울음소리가 들렸습니다. 때마침 그곳을 지나던 한 미군 병사가 그 소리를 듣고 찾아가 살펴보니 아기는 옷에 둘둘 말려 싸인 채 울고 있었고 그 옆에는 한 여인이 벌거벗은 채로 죽어 있었습니다. 이를 본 미군 병사는 한 여인의 깊은 모성애에 감동하여 아기를 미국으로 데려다가 양자로 삼아 키웠습니다. 아이는 성장해가면서 미국 아이들과 피부색이 다르다는 이유로 놀림을 받기도 했지만 그래도 큰 탈 없이 잘 성장하고 있었습니다. 아이가 열 번째 생일을 맞이한 날 양부모는 생일 선물로 무엇을 사줄까 물었습니다. 잠시 후, 아이는 다른 선물은 필요 없고 친부모님을 한 번만이라도 볼 수 있게 해 달라고 말하는 것이었습니다. 양부모는 지나간 이야기를 들려주었고 아이에게 어머니의 무덤을 보여주기로 했습니다. 한국을 방문한 아이는 묘지라고 할 수도 없는 작은 무덤 앞에서 가만히 서서 눈물을 흘리면서 입고 있던 옷을 하나 둘씩 벗어 무덤 위에 덮으면서 다음과 같은 말이 했습니다. “어머니! 그 동안 얼마나 추우셨어요? 이제는 제가 어머니를 따뜻하게 해드릴게요.”

자신의 모든 것을 내어줌을 통해서 아이를 살린 어머니의 사랑은 십자가상의 죽음을 통해서 우리들을 생명의 길로 이끌어주신 그리스도의 사랑을 떠올리게 합니다. 각박한 세상이지만 자신을 희생하여 사랑을 실천하는 이들이 있기에 그래도 이 세상은 살만한 곳이 아닌가 싶습니다. 세례를 받아 그리스도인이 된 우리들입니다. 하지만 예수님께서 보여주신 삶을 살아갈 때 비로소 참된 그리스도인이 됩니다. 참된 그리스도인이 되는 길은 다름 아닌 사랑의 삶을 사는 것입니다. 머리로 생각하고 입으로 말하는 사랑을 행동으로 살아가야 하겠습니다.  

2017. 7.4

주교좌 범어대성당 

                           이성인 바오로 신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