함께 실천해요!

영적훈화 438

범어대성전이 완성되고 순례객들이 왕왕 찾아옵니다.

어느 날, 순례객들 중의 한분이 프란치스코성당 뒤쪽에 앉아 조용히 기도를 하고 나가시면서 자신이 앉았던 신자석 주변에 뒤죽박죽으로 놓여있던 성가책들을 가지런히 정리하고 나가는 모습을 지켜 본적이 있습니다.

내가 사용하지도 않은 성가책을 말끔히 정리하는 모습이 무척 아름답게 느껴졌습니다.

새성전으로 이사 온 뒤, 너저분하게 흩어져 있는 성가책이 옥의 티처럼 여겨져 한동안 정리해 보다가 일찌감치 포기해 버리고 “나 몰라라” 하고 있는 나 자신이 조금 부끄러워졌습니다.

매주 주말마다 쁘레시디움별로 돌아가며 대성전, 소성전을 청소해 주시는 레지오 단원여러분이 가지런히 정리해 두는 신자석 성가책들이 주일을 지내고 나면 엉망진창이 되어 있는 것을 자주 보게 됩니다.

성가책도 하느님 말씀이 담긴 기도의 책인데 소중하게 다루지 않는다는 인상을 받을 때면 마음이 언짢아집니다. 더군다나 미사를 드리러 오는 분들이 사용한 뒤 아무렇게나 해 두고 나갈 때면 더욱 마음이 불편해집니다.

예전에는 미사를 드리러 갈 때마다 개인성가책을 가지고 다니던 때가 있었습니다. 이제 본당마다 성가책을 구비해 두고 있으니 얼마나 감사한 일입니까?

“성가는 두 배의 기도가 된다.”라는 말을 다시 한 번 되새기며 기도의 책인 성가책을 좀 더 소중하게 다루는 법을 함께 익혀 나가면 좋겠습니다.

미사를 드리며 더욱 열심히 성가를 부르며 기도합시다.

그리고, 사용한 성가책은 단정하게 정리해 두고 주변의 것도 살펴봅시다.

그러면 아버지 집을 사랑하는 마음, 하느님을 섬기는 마음도 쑥쑥 자랄 수 있을 것입니다.(*)

※ 주말마다 성전청소 봉사에 기쁘게 응하고 계시는 본당 레지오 단원여러분께 진심으로 감사를 드립니다. “아버지 집이면 내 집이나 다름없는데..” 하시며 당연하다 하시지만 그래도 감사합니다. 꾸벅~^^ (*)

2017. 8. 29.

주교좌 범어대성당 

                         곽 필로메나 수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