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상의 순교

영적훈화 441

성월(聖月)은 연중 시기를 예수님과 성모님 등 여러 성인들께 봉헌해, 특별한 은혜와 전구를 청하고, 그 모범을 따르도록 교회가 지정한 달을 의미합니다. 각 성월에 맞게끔 교회는 특별한 지향을 가지고 기도하며, 공식적인 신심 행사를 가지고 있습니다.

한국 교회는 일반적으로 3월 성 요셉 성월, 5월 성모 성월, 6월 예수 성심 성월, 9월 순교자 성월, 10월 묵주기도 성월, 11월 위령 성월로 지냅니다. 그 중 9월 순교자 성월에 교회는 한국의 순교 성인들을 특별히 공경하고 그 행적을 기리며, 그분들의 모범을 본받도록 노력하는 시기를 보냅니다.

천주교가 박해를 받던 예전의 시기에는 자신의 목숨을 바쳐 신앙을 증거하는 것이 순교였습니다. 하지만 우리가 살고 있는 지금은 피를 흘려 순교하는 것이 거의 불가능한 일이지요. 그렇기에 우리는 순교의 본질을 바라볼 필요가 있습니다.

순교의 진정한 의미는 이 세상 그 무엇보다 하느님을 더 중요하게 여기는 마음을 가리키는 것입니다. 곧 주님을 위해 나의 모든 것을 내어주는 것. 주님 때문에 한 번 더 사랑하고 용서하는 것, 주님을 내 삶의 첫째 자리에 모시는 것입니다.

이러한 의미에서 오늘을 살아가는 우리들에게 해당되는 순교는, 일상의 순교입니다. 바로 주님 때문에 화가 나는 상황에서도 참는 것. 주님 때문에 미워하는 사람에게 먼저 다가가도록 용기를 내는 것. 주님 때문에 욕심이 나는 상황에서도 절제하는 것. 그렇게 주님 때문에 힘들고 어렵더라도 사랑하려고 노력하는 것이 우리가 할 수 있는 일상의 순교일 것입니다.

일상의 순교. 분명 피를 흘려 주님을 증거하는 순교처럼, 참 힘들고 어려운 일입니다. 하지만 우리는 일상의 순교를 분명 해낼 수 있습니다. 왜냐하면 순교자들을 지켜주시고 이끌어주신 하느님께서 우리와도 함께 계시기 때문입니다. 그렇기에 힘들더라도, 부족하더라도 일상의 작은 순교를 통해 사랑의 열매를 맺어가는 우리들이 되어 봅시다.

2017. 9. 19.

주교좌 범어대성당 

                         류요한 요한 신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