죽음을 넘어서서 부활이 있음을...

영적훈화 415

러시아의 작가 도스토예프스키는 28살 때 사형 선고를 받은 일이 있었습니다. 영하 50도나 되는 추운 겨울날 형장으로 끌려갔습니다. 형장에는 기둥이 세워져 있었고 한 기둥에 세 사람씩 묶여있는데 그는 세 번째 기둥의 가운데에 묶여졌습니다. 사형집행 시간을 생각하면서 시계를 보니 자신이 이 땅 위에 살아 있는 시간이 5분 남아 있었습니다. 28년간을 살아왔지만 단 5분이 이렇게 금쪽같이 생각되기는 처음이었습니다.

그는 이제 이 마지막 5분을 어디다 쓸까 하고 생각해 보았습니다. 형장에 끌려온 사람에게 마지막 인사를 하는데 2분을 쓰고 오늘까지 살아온 생활과 생각을 정리하는데 2분을 쓰기로 했습니다. 남은 1분은 자연을 한번 둘러보는데 쓰기로 했습니다. 이렇게 생각하면서 눈물이 고인 눈으로 옆에 있는 두 사람에게 최후의 입맞춤을 하였고, 이제 자신에 대해 생각하려는데 문득 3분 후에 어디로 갈 것인가 하는 생각이 들면서 눈앞이 캄캄하고 아찔해졌습니다. 28년이라는 세월이 너무나 헛되게 느껴졌습니다. 다시 시작할 수만 있다면 하는 생각이 절실했지만 이미 돌이킬 수는 없었습니다. 총에 실탄을 장진하는 소리가 났고, 견딜 수 없는 죽음의 공포가 엄습했습니다.

바로 그 순간 한 병사가 흰 손수건을 흔들면서 달려왔습니다. 황제의 특사령을 가지고 왔던 것입니다. 그 후 도스토예프스키는 일생 동안 시간을 금쪽 같이 아끼며 최선을 다해 살면서 불후의 명작을 남겼습니다. 많은 사람들이 죽음 이후에 대해 별로 관심이 없습니다. 죽으면 모든 게 끝이라고 생각합니다.

그런데 정말 죽으면 모든 것이 끝나는가? 죽음이 끝이 아님을 우리 신앙인은 믿고 있습니다. 죽음 후에 부활의 삶이 있음을 말입니다. 하지만 영원한 행복과 은총이 넘치는 부활의 삶은 그냥 주어지지 않습니다. 현세 삶을 하느님 보시기에 가치 있고 의미 있게 보내야 만이 누릴 수 있습니다.

오늘날 의학과 과학이 놀라울 정도로 발달했다 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100년을 건강하게 살기란 쉽지 않습니다. 그리고 자명한 사실은 누구나 예외 없이 생을 마칠 수밖에 없습니다. 그렇기에 여기 있는 우리들은 내게 주어진 시간을 소중하게 여기고 하느님 보시기에 잘 사용해야 하겠습니다.

2017. 3. 21.

주교좌 범어대성당 

                             이성인 바오로 신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