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모의 밤을 준비하며...

영적훈화 423

참으로 아름다운 계절입니다.

해질 녘, 가로등 불빛에 반사된 여린 나무 잎들이 얼마나 맑고 투명한지요?

이렇게 아름다운 5월에 우리는 인간의 구원역사에 깊이 참여하신 마리아의 참된 믿음을 높이 기리고 본받고자 5월 한 달을 성모님께 봉헌합니다.

특히 5월 한 달을 마무리하면서 가지게 되는 성모의 밤은 성모성월의 하이라이트라 할 수 있겠지요.

우리나라에서는 40년대 초, 혜화동 성당에서 가장 먼저 시작하여 몇 해 뒤에 명동성당에서, 이제는 교구나 본당에서 5월이면 빼놓지 않고 행하게 되는 주요행사 중의 하나가 되었습니다.

우리 본당 성모의 밤도 성모성월의 마지막 날인 31일에 있을 예정입니다.

성모의 밤은 우리의 구원을 위해 협력하신 성모님께 감사드리며 한 달 동안 꾸준히 바쳤던 기도와 희생, 선행들을 모아 성모님께 바치며 우리의 사랑과 정성, 공경을 드리고 성모님이 살았던 대로 우리 자신을 그리스도께 바치기 위해 마련되는 시간입니다.

하지만 자칫하면 허식적이고 의례적인 행사로 끝나버릴 수 있습니다.

레지오 단원 여러분들에게 있어서 성모의 밤은 보다 의미 깊은 시간입니다. 마리아의 군대 총사령관이신 성모님께 우리의 감사와 사랑을 드리는 시간이기에 그렇습니다.

애써 준비하고, 끝나면 바로 달려가 사진 한 장 찍고 끝내버리는 행사가 아니라 마지막 기도를 바쳐도 가슴에 여운이 남아 성모님 발치에 오래도록 머물러 있고 싶은 은총의 시간이 되도록 함께 준비해 나갔으면 합니다.

입으로만 하는 기도가 아닌, 내 주님을 향한 열망 가득서린 마음으로 바치는 기도, 성모님 사랑하는 마음을 담고 그동안의 나의 희생과 인내를 담아 바치는 촛불과 장미꽃 봉헌이 이루어진다면 5월의 밤하늘을 밝혀주는 수많은 기도촛불과 어우러진 장미꽃 향기가 우리 이웃들에게로 널리 퍼져 나갈 것입니다.(*)

2017. 5. 16.

주교좌 범어대성당 

                            곽 필로메나 수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