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는 누구나 상처를 가지고 살아갑니다.

영적훈화 420

눈부시게 찬란한 왕궁이 있었습니다. 천장과 벽과 기둥에는 마치 다이아몬드를 박아 놓은 것 같지만 자세히 보면 잘게 부서진 유리 조각들로 뒤덮여 아름다운 빛을 내는 것이었습니다. 사연은 이러했습니다.

왕궁을 설계한 건축가가 각 방에 설치할 거울을 외국에서 수입했습니다. 그런데 상자를 풀었더니 거울이 산산조각 나있는 것이었습니다. 건축가는 안타까워하면서 인부들에게 깨진 유리 조각들을 쓸어다 버리라고 했습니다. 이 때 한 인부가 “어쩌면 깨져 있기 때문에 더 아름다울지도 모릅니다.” 라고 하면서 유리 조각들을 벽이나 창에 붙이자는 제안을 했습니다. 건축가는 그의 제안을 받아들였고 유리 조각으로 아름다운 무늬를 만들어 벽에 붙였습니다. 그렇더니 유리 조각마다 빛이 여러 방향으로 반사되어 전혀 상상하지도 못했던 아름다운 왕궁이 만들어졌던 것입니다.

완성된 왕궁을 본 왕은 감탄하며 인부를 불러 물었습니다. “어떻게 깨진 유리 조각으로 이렇게 아름다운 작품을 만들 생각을 했느냐?” 인부는 “저는 원래 양복점에서 일했습니다. 부유한 사람들이 옷을 만들고 나면 자투리 천이 많이 나왔습니다. 그 천을 엮어 가난한 사람들의 옷이나 이불을 만들어 팔았습니다. 그 때 저는 부자들의 화려한 옷보다 자투리 천으로 만든 옷과 이불이 더 아름답다고 생각했습니다. 그런 경험이 있었기에 유리가 깨어졌다 하더라도 그것으로도 왕궁을 아름답게 할 수 있다고 생각했었습니다.”

우리는 누구나 상처를 가지고 살아갑니다. 다른 이들의 말이나 행동으로 인해 상처를 입기도 하고 나 자신의 실패와 좌절로 인해 상처를 입기도 합니다. 이 같은 상처들은 분명 내 삶을 힘들게 할 것입니다. 그렇지만 깨진 유리 조각으로 아름다운 궁전을 장식한 것처럼 지금의 상처가 앞으로의 내 삶을 더 좋게 바꿔놓을 수 도 있음을 생각해야 하겠습니다.

우리들이 걷는 신앙의 길, 신앙의 여정은 가시밭길 일 수 있고 그 길을 걷다보면 상처를 입을 수 도 있지만 분명한 점은 그 상처가 내 영혼을 좀 더 건강하게 좀 더 성숙하게 해 준다는 것 나아가서 훗날 부활하신 예수님과 일치된 삶을 살게 해 준다는 것을 마음깊이 되새겨야 하겠습니다.

2017. 4. 25.

주교좌 범어대성당 

                            이성인 바오로 신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