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5과 인간의 죄와 하느님 사랑
1. 창조주 하느님
창세기는 역사적 사실(史實)이나 과학적 지식을 가르치는 교과서가 아니라, 하느님께서 하신 모든 일(事實), 곧 세상 만물의 창조주라는 ‘신앙의 진리(眞理)’를 가르치는 책이다.
① 세상과 인류의 기원에 관하여
창세기 1-2장에서는 하느님께서 천지를 창조하셨고 그 창조는 아래와 같은 순서로 진행되었다고 기록하고 있다. 여기에서 창조란, 전에는 존재하지 않던 것을 하느님께서 무(無)에서 존재하게 하셨다는 뜻이다.
첫날 빛과 어둠(낮과 밤) 나흗날 해, 달, 별
이튿날 창공 위아래의 물 닷샛날 물고기, 새
사흗날 물, 바다, 풀, 나무 엿샛날 동물, 사람
창조 순서를 살펴보면 태양이 없던 첫날에 빛이 있었고, 태양보다 풀과 나무가 먼저 있었다는 과학적 모순점이 발견된다. 그러나 성경이 보여주려는 것은 과학적이거나 역사적인 진리가 아니라 신앙의 진리이다. 즉 이세상이 ‘어떻게’ 해서 있게 되었느냐가 아니라 ‘누가’ 있게 했느냐를 계시하는 것이다. 창조 설화의 핵심은 창조 방법(과학적 사실)이 아니라 창조 원인이신 하느님(신앙의 진리)이다.
② 제 1원인이신 하느님
세상의 모든 사물은 그 원인에 의해 결과로서 존재한다. 곧 인과율의 지배를 받는다. 예를 들어 부모는 나의 원인이요, 나는 부모의 결과이다. 그런데 나는 나의 아들 편에서 보면 하나의 원인이 된다. 이렇게 해서 하나의 결과는 그것을 결과케 한 원인이 있고, 그 원인은 또 다시 그것을 만들어낸 원인이 있다. 그러므로 세상과 인간을 창조하신 하느님이야말로 모든 결과의 원인이기에 제 1 원인(Prima Causa)라고 한다.
그런데 우리는 여기서 “하느님을 있게 한 그 원인은 무엇인가? 즉 누가 하느님을 만들었는가?”라는 질문을 던질 수 있다. 여기서 하느님은 원인 없는 존재, 곧 스스로 존재하는 분 자존자(自存者), 곧 존재자체(存在自體)이다. ‘야훼’(YHWH:나는 있는 나다-탈출3,14)라는 하느님의 이름의 의미가 바로 자존자이다.
③ 절대기준으로서 하느님
존재하는 모든 것들은 그 나름의 양상과 우열의 차이를 가지고 있다. 특히 진(眞)․선(善)․미(美)의 초월적인 개념을 가진 존재들에 대해서 등급이 있게 마련이다. 다시 말해 ‘더 아름다운 것, 덜 아름다운 것’이 있고, ‘더 착실하고 덜 착실한 것’이 있다. 그렇다면 ‘더’또는 ‘덜’을 말할 수 있는 기준이 무엇일까? 하는 문제가 제기된다. ‘이것보다 저것이 더 아름답다’ 또는 ‘이것이 저것보다 더 선하다’라고 하는 표현에서 무엇을 척도로 그렇게 평가할 수 있는가하는 문제이다.
이러한 경우에 척도가 되는 진선미의 원천, 곧 진선미의 실체(實體), 진선미 그 자체가 있어야 한다. 우리는 이것을 하느님(神)이라고 부른다. 곧 진선미의 절대 기준인 하느님을 모르면 우리는 어떤 아름다움을 놓고 ‘더 아름답다’, ‘덜 아름답다’고 할 자격이 없다.
절대기준이 없는 삶, 기준이 없는 선악의 판단, 기준이 없는 아름다움은 모든 것이 상대적인 것으로 끝나 버린다. 하느님이 없는 사회, 하느님이 없는 예술은 끝내 허무로 치닫고 만다. 왜냐하면 인간의 판단은 극히 상대적이기 때문이다. 인간이 추구하는 진선미의 원천이요, 실체인 하느님을 모른다면 인간의 지성생활은 그 바탕부터 흔들리게 된다.
2. 하느님을 닮은 인간
① 하느님의 모상을 닮은 인간
인간(Adam은 먼지, 흙(Adama)이라는 말에서 유래)은 ‘하느님의 모습대로’ 창조되었다. 이 말은 겉모습이 아니라 하느님의 본성을 의미이다. 즉 자기의 감정을 다스릴 수 있는 이성적인 능력과 선악을 판단하여 행동할 수 있는 양심, 그리고 그 행동의 결과에 책임지는 참된 자유라는 능력을 주셨다는 점에서 진· 선· 미(眞·善·美) 자체이신 하느님을 닮았다고 할 수 있다. 그러므로 인간은 어떤 피조물보다도 그 안에 존엄성을 가지고 있다.
이런 의미에서 가톨릭교회는 인간생명을 해치는 모든 행위(자살, 안락사, 낙태, 인공적인 피임, 생명조작의 모든 행위 등등)를 반대하며, 어떤 처지의 인간이라 해도 하느님의 모상으로 창조되었기에 존중받아야 함을 가르치고 있다.
② 창조사업의 협력자인 인간
하느님께서는 창조물 중에서도 최고 걸작이며 당신의 모습을 닮은 인간에게, 당신의 창조물과 세상을 '다스리고 보존하는 책임'(창세 1,26-28)을 부여하신 것이다. 곧 인간은 만물의 영장이며 하느님의 위임을 받아 세상을 다스릴 영광을 받은 것이다.
인간이 만물의 영장이란 이름으로 모든 피조물을 지배한다는 것은 마음대로 하는 것과는 다르다. 하느님은 인간을 당신 모상대로 창조하시면서 인간에게 세상을 다스리고 보존하는 책임을 부여하셨다. 하느님의 창조 사업은 한번으로 끝난 것이 아니라, 인간을 당신 창조 사업의 협력자로 삼으시어 계속 창조해 가도록 섭리하셨다. 온갖 문명의 발달과 과학의 발달, 새로운 발견과 발명은 오직 하느님의 영(靈)을 받은 인간만이 할 수 있는 일이다.
3. 인간의 죄와 그 결과
인간은 하느님의 명령을 거역하고 죄를 지었다. 그 결과 인류는 고통과 죽음에 던져져 구원을 필요로 하게 되었으며, 하느님은 사랑으로 인류구원을 약속하신다.
① 하느님의 뜻을 거스른 인간
창세기 3장은 하느님께 대항한 인간의 교만과 불순종으로 저지른 인간 범죄 이야기를 상징적인 설화를 이용하여 전한다. 하느님께서는 모든 열매는 다 따먹되 “선과 악을 알게 하는 나무 열매만은 따먹지 마라.”(창세 2,17)라고 하신 이 금지 명령은 인간의 자유를 제약하는 것이 아니라, 인간이 피조물로서 자신의 한계를 인정하고 하느님의 보살핌 안에서 행복한 삶을 누릴 수 있도록 자유 영역을 보장하신 것이다.
인간이 누리는 자유(自由)는 하느님의 선물이며, 본질적으로 피조물로서 제한된 자유를 말한다. 그러므로 인간이 누리는 자유는 제 마음대로 하는 것이 아니라, 하느님의 뜻에 따라 선을 지향하는 자유이어야 한다. 그러므로 인간이 누리는 자유는 선(善)을 실천하는 능력(能力)이라 할 수 있다. 이처럼 인간 자유의지의 남용이 바로 죄가 되는 것이다.
② 원죄-악으로 기울어지는 경향
인간은 하느님의 자리를 차지하려는 교만한 마음으로 하느님의 명령을 거스른 죄로 말미암아 무질서와 혼란, 온갖 불행과 고통스러운 죽음을 스스로 불러들였다. 이때부터 첫 인간 아담과 하와는 하느님과 친밀한 관계를 잃어버리고 받았던 축복을 저주로 만들어 버린 것이다. 이것이 바로‘원죄’(原罪)이며, 원죄는 아담의 후손에게 전해지게 되었다. 곧 원죄는 인간 개인의 죄뿐 아니라 인류에게 공통적으로 내린 ‘악으로의 경향’이라고 말한다.
인간은 선을 바라면서도 악으로 기울어 가는 내적 분열을 느낀다. 사도 바오로는 이에 대해 “나는 내가 해야 하겠다고 생각하는 선은 행하지 않고 해서는 안 되겠다고 생각하는 악을 행하고 있습니다. 그런 일을 하면서도 그것을 해서는 안 되겠다고 생각하고 있으니 결국 그런 일을 하는 것은 내가 아니라 내 속에 들어 있는 죄입니다”(로마 7,19-20)라고 고백하고 있다,
③ 범죄의 결과
► 죽음과 고통
하느님께 대한 반항과 불복종으로 인간 죄는 인간의 사회성 때문에 모든 인류에게 영향을 미친다. 사도 바오로는 이 점을 한 사람이 죄를 지어 이 세상에 죄가 들어왔고 죄는 또한 죽음을 불러들인 것같이, 모든 사람이 죄를 지어 죽음이 온 인류에게 미치게 되었습니다.(로마 5,12)라고 말한다.
► 하느님과의 관계단절
한 인간이 교만하여 죄를 지음으로써 하느님과의 관계 뿐 아니라 모든 인간과의 관계마저 단절되었다. 결국 인간은 죄로 말미암아 하느님 앞에 당당히 설 수 없게 되어 하느님 면전에서 숨으며(창세 3,8 참조), 고통스러운 죄책감으로 사랑이신 하느님과 결별하게 되었다. 인간은 하느님과 함께 살던 시절의 기쁨과 평화 대신에 힘들고 고달픈 삶을 살아가게 되었다. 이것이 바로 하느님을 떠난 인간의 비참한 삶의 현실이다.
4. 하느님의 자비와 구원 약속
① 구원에 대한 약속과 희망
창세기에 나오는 인간의 범죄 이야기는 죄로 인한 절망만을 전하지 않고 “뱀과 여자가 원수 사이가 되고 서로 투쟁하게 되겠지만, 결국 여자의 후손이 승리하리라.”(창세 3,15 참조) 라는 하느님 말씀으로 구원에 대한 약속과 희망을 주셨습니다. 이것을 우리는 원죄에 대비되는 ‘원복음’(原福音)이라고 말한다.
이 약속과 희망을 예수 그리스도께서 마침내 성취하셨다. 그래서 바오로 사도는 “한 사람의 불순종으로 많은 사람이 죄인이 된 것과는 달리 한 사람의 순종으로 많은 사람이 하느님과 올바른 관계를 가지게 될 것입니다. …… 죄가 많은 곳에는 은총도 풍성하게 내렸습니다.”(로마 5,19-20) 하고 말하였다.
② 세상과 인간 구원의 역사
하느님께서는 친히 약속하신 대로 인간을 구원하시려고 우리 역사 안에 들어오셨다. 하느님께서는 아브라함을 선택하시어 그와 그 후손들을 당신의 백성으로 삼으셨다. 하느님께서는 이집트에서 종살이하던 그들을 모세를 통하여 구원하시고 그들과 계약을 맺으시고 당신의 율법을 내리셨다(탈출 19―20장 참조). 그리고 당신 아들 예수 그리스도를 통하여 이루실 구원을 받아들이도록 예언자들을 통하여 그들을 준비시키셨다.
마침내 때가 이르자 당신 아드님 예수 그리스도를 구세주로 이 세상에 보내시어 인류 구원 계획을 성취하셨다(히브 1,1-2 참조). 예수 그리스도께서는 모든 인간의 죄를 대신하여 당신 목숨을 바치시어 인간을 죄악에서 건져내시고(마르 10,45) 하느님과 친밀한 관계를 회복시키는 은총을 베풀어 주셨다. 그러므로 하느님께서 이루시는 인간 구원의 역사는 예수 그리스도를 통하여 드러내신 당신 사랑의 역사이다.
③ 사랑 자체이신 하느님
하느님은 세상을 만드신 창조주이시면서 동시에 세상을 심판하실 분이시다. 그러나 복음서의 예수님을 통해 드러난 하느님의 모습은 용서와 자비 곧 사랑의 하느님이 더 많이 강조되고 있다.
예수님 자신이 가난한 이들, 창녀들, 죄인들과 어울리시면서, 우리의 슬픔과 고통을 나누시는 하느님의 모습을 보여주고 계신다. 특히 하느님에 대한 주요한 계시는 루가 복음에 나오는 '잃었던 아들의 비유'(루가 11,15-32)에 나온다. 여기서 하느님은 사랑 자체이신 분, 우리의 죄와는 상관없이 우리를 사랑하고자 하시는 분으로 나타난다.
하느님이 사랑이시라는 이 계시는, 우리가 서로 사랑할 때에 거기에 하느님이 계시며, 사랑을 몸으로 실천하는 사람 안에 현존하심을 우리에게 가르친다. 여기서 말하는 사랑이란 자기가 좋아하는 사람들을 향하는 그러한 감정만을 뜻하지 않고, 고통 받고 억눌리며 착취당하는 사람들에게 도움이 되고자 애쓰는 마음 모두를 뜻한다.
하느님은 우리와 가까이 계시고 당신 백성을 항상 돌보시는 분이다. 참으로 우리를 사랑하시는 아버지로 당신 자신을 계시하셨다. 하느님은 역사의 사건들과 말씀을 통해서 당신 자신과 당신의 구원계획을 알게 하셨다(계시헌장 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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월 전례봉사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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