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6과 하느님의 법과 계명
1. 계명
구약을 완성하러 오신 그리스도께서는 새로운 법을 마련하셨다. 그러나 구약의 율법을 폐기하신 것이 아니라 구약의 십계명을 그리스도의 사랑의 정신으로 조명하여 율법에 담겨진 본래의 정신을 적극적으로 밝히심으로써 사랑의 차원으로 끌어 올리셨다. “내가 율법이나 예언서들을 폐지하러 온 줄로 생각하지 마라. 폐지하러 온 것이 아니라 오히려 완성하러 왔다”(마태오 5,17). 그분은 십계명의 문자적인 실천에 만족하지 말고 계명의 참된 뜻을 깨닫고 그리스도의 한없는 사랑의 정신을 본받아 이웃․친척․친지만이 아니라 원수까지도 사랑해야 한다는 것과(마태오 5,44-45 참조), 하느님께 대한 사랑(1-3계명)이 이웃에 대한 사랑(4-10계명)으로 나타나야 한다는 것을 가르치셨다. 이러한 그리스도의 새 계명의 정신으로 십계명을 간단히 살펴보도록 하자.
✜ 성경읽기(마태 19,16-21)
2. 그리스도인의 행동 기준인 하느님의 법
우리는 세례성사로 다시 태어나 하느님의 자녀가 된다. 새롭게 태어난다는 것은 새롭게 산다는 것을 의미한다. 예수님께서도 “나에게 ‘주님, 주님!’ 한다고 모두 하늘나라에 들어가는 것이 아니다. 하늘에 계신 내 아버지의 뜻을 실행하는 이라야 들어간다.”(마태 7,21) 하고 말씀하셨다. 그러므로 그리스도교 신자가 된다는 것은 이 세상의 그릇된 가치관을 버리고, 영원한 삶을 누리기 위하여 하느님의 뜻에 따라 살아야 한다는 것을 의미한다. 곧 하느님의 자녀로서 새로운 삶을 살기 위한 신앙인의 규범(規範)이 필요하다. 모든 그리스도인은 하느님께서 제정해 주신 하느님의 법을 지켜야 한다.
① 자연법과 양심
하느님의 법은 일반적으로 우리 인간의 이성(理性)으로 자연스럽게 알아 낼 수 있다. 모든 인간은 스스로 생각하여 인간으로서 할 수 있는 일, 해서는 안 되는 일, 해야만 할 일 등을 판단할 수 있다. 예를 들면 “사람을 죽이면 안 된다.” 하는 하느님의 법은 이성이 있는 사람이라면 누구든지 알 수 있는 것이다. 이것을 우리는 ‘자연법(自然法)’이라고 한다. 이러한 자연법을 지켜야 한다는 것은 하느님께서 인간을 창조하시면서부터 인간에게 부여해 주신 양심(良心)을 통하여 자각할 수 있다. 그러므로 그리스도인은 양심의 소리에 귀를 기울여 선(善)은 행하고 악(惡)은 피하는 삶을 살아야 한다.
② 구약의 법(율법)과 십계명
율법은 구약 시대에 하느님의 백성을 하느님께 인도한 삶의 기준이었다. 그 중에서 십계명은 가장 직접적이고 대표적인 종교적, 윤리적 삶의 규범이었다(탈출 20,1-21 참조).
하느님이 시나이 산에서 모세를 통해서 이스라엘에게 주신 이 십계명은 구약성경의 두 곳, 탈출기(20,2-17)와 신명기(5,6-22)에 나온다.
1. 한 분이신 하느님을 흠숭하여라.
2. 하느님의 이름을 함부로 부르지 말라.
3. 주일을 거룩히 지내라.
4. 부모에게 효도하여라.
5. 사람을 죽이지 말라.
6. 간음하지 말라.
7. 도둑질을 하지 말라.
8. 거짓 증언을 하지 말라.
9. 남의 아내를 탐내지 말라.
10. 남의 재물을 탐내지 말라.
3. 십계명 해설
1) 하느님에 대한 사랑의 계명: 1∼3 계명
① 제1계명: 한 분이신 하느님을 흠숭하여라
하느님을 창조주이며 가장 높은 주님으로 알아 최고의 공경을 바치고 사랑하라는 계명으로 하느님만을 예배(禮拜)할 의무를 가르친다. 한분이신 야훼 하느님만을 섬기고 하느님이 아닌 모든 우상과 미신에 빠져 하느님을 잊지 말아야 하는 것이 핵심이다. 그러므로 우리는 하느님 대신에 그 어느 것도 그분의 자리에 올려놓을 수 없다.
현대에도 수많은 우상이 모습을 달리하고 하느님의 자리를 차지하려 하며 숭배를 받고 있다. 돈․명예․권력․성(性)․국가․사상 등을 절대화하여 숭배하고 있다. 그러나 신앙인 이러한 현대판 우상을 배척하고 오직 한분이신 하느님만이 절대적인 가치이고 절대존재이며 궁극적인 대답이라고 믿고 그분께 사랑과 흠숭을 드린다.
② 제2계명: 하느님의 이름을 함부로 부르지 말라
하느님의 이름을 정성되이 부르되, 하느님의 이름으로 맹세한 것과 약속한 것을 지키는 것이며, 거짓 맹세와 하느님을 모독하는 것과 저주하는 것을 금하여 하느님의 이름을 공경(恭敬)하도록 명한다. 그러므로 우리는 마땅히 하느님의 자녀로서 그분께 존경을 드리며 함부로 하느님의 이름으로 하는 거짓을 삼가여 한다.
일부 정치가들이 하느님의 이름으로 국민을 속이는 행위, 일부 종교인들이 하느님의 이름을 빌어 자신의 이익을 탐하는 일, 하느님의 이름을 걸어 자신의 이기적 행위를 미화시키는 일 모두가 하느님의 이름을 파는 것으로서, 제2계명에 어긋난다 하겠다.
③ 제3계명: 주일을 거룩히 지내라
셋째 계명은, 주일을 거룩히 지낼 것을 명한다. 구약시대(탈출20,11)에는 이날이 주일이 아니라 안식일(安息日)로 불리었고, 일상의 일을 멈추고 세상의 속박과 재물에 대한 욕심도 내려놓고 거룩하게 하느님께 예배를 드리며 거룩히 쉬는 날이었다(신명5,12-15). 그래서 주간 7일째 되는 토요일이 안식일에 해당 되었다. 그런데 그리스도교에서는 예수님의 부활이 안식일 다음날 아침 곧 오늘날의 일요일에 이루어졌기 때문에 이날을 더 중요하게 여기며 기념하는 의미에서 주님의 날 곧, 주일(主日)로 지낸다.
그래서 모든 천주교 신자는 예수님의 죽음과 부활을 기념하는 미사성제가 이루어지는 날인 주일과 대축일에는 미사에 참례할 중대한 의무가 있다. 미사 참례할 대축일은 예수님의 성탄대축일과 성모승천대축일(8월 15일)과 천주의 모친 성 마리아 대축일(1월 1일)이다.
2) 인간에 대한 사랑의 계명
④ 제4계명: 부모에게 효도하라
제4계명이 명하는 것은 자녀가 부모에게 할 본분과 또 윗사람과 아랫사람이 서로 할 본분이다. 아울러 부모를 공경해야 하느님의 축복을 받고 번창할 수 있음을 가르친다(탈출20,12). 하느님 창조사업의 협조자인 부모와 웃어른에 대한 공경을 통해 하느님의 사랑을 실천하고 사랑의 공동체를 만들어 가길 가르치는 계명이다.
⑤ 제5계명: 사람을 죽이지 말라
제5계명은 사람을 죽이는 것뿐만 아니라 어떠한 모양으로든지 자기 자신이나 남의 영혼과 육신을 해치는 것을 금한다. 곧 사람의 생명을 보호하라는 것이다. 인간은 창조주의 모상대로 창조되었기 때문에 그 생명을 보호하고 존중해야 하며 인간 생명의 주인은 하느님이시므로 인간이 생명을 임의로 처분할 수 없다는 입장에서 살인, 자살, 지체 절단, 안락사, 낙태 등의 행위는 하느님의 뜻을 어기는 것이다. 이외에도 인간 생명과 밀접한 관계를 가지고 있는 자연환경의 보호에도 각별한 관심을 기울여야 한다는 것을 드러낸다.
사람은 육체적 생명을 경시하지 말아야 한다. 인간은 자신의 수고로써 자기 생명을 보존할 의무를 가지는 동시에, 굶주린 사람에게 음식을 주고, 곤경 중에 있는 사람을 도울 중대한 의무도 갖고 있다(마태 25,41-46). 자살도 살인도 불가하다. 이 두 가지 행동은 "생명 자체를 거부하는"(사목헌장 27) 행동이다.
“인간의 생명은 신성하다. 왜냐하면 그것은 그 생성 시초부터 하느님의 창조행위에 연결되며 또한 모든 생명의 목적이기도 한 창조주와 영원히 특별한 관계를 맺고 있기 때문이다. 하느님만이 그 시작부터 끝까지 생명의 주인이시기 때문에, 어느 누구도 어떤 경우에도 무죄한 인간의 목숨을 직접 해칠 권리를 주장하지 못한다”(가톨릭교회교리서 2258항)
⑥ 제 6․9 계명: 간음하지 말라, 남의 아내를 탐내지 말라
교회는 언제나 성(性)을 귀중하고 성스러운 것으로 여겨 왔다. 바로 이런 이유에서 성(性)을 올바로 사용하고 정조를 보호하라는 계명으로서 정당한 부부관계 이외의 이성관계에서 성(性)의 남용을 금한다. 그리고 성(性)을 절대시 하거나 성(性)이 인간의 전부인 양 생각하며 문란한 성도덕(性道德)과 온갖 성범죄에 노출되어 있는 현대인에게 성의 본래의 목적에 부합되는 삶을 살도록 하는 사랑의 계명이다.
이런 의미에서 예수님은 간음을 단지 행위의 문제로만 보시지 않고 그 행위의 내면에 있는 동기의 문제로 보셨다(마태5,27-28). 사실 성욕(性慾)은 부부간의 사랑의 표현과 자녀출산을 위한 하느님이 우리에게 주신 귀중한 선물이며 거룩하기까지 한 것이다. 그러나 그것이 본래의 목적에서 벗어난다면, 곧 사랑과 나눔과 생명의 전달 차원을 이탈한다면, 성은 자신과 가정 그리고 사회를 파괴하는 죄가 된다.
⑦ 제7․10계명: 도둑질을 하지 말라, 남의 재물을 탐내지 말라.
이 계명은 이웃의 재산을 빼앗거나 이웃에게 재산상의 손해를 끼치는 것을 금하며, 재물과 노동의 결실을 관리하는 데에 정의와 사랑의 실천이 앞서야 한다는 것을 말하고 있다. 곧 인간의 땀의 소중함과 노동의 고귀함을 깨닫고 성실한 노동을 통해 하느님께 영광을 돌려야 하는 가르침이다.
재산과 소유권 보호를 위한 계명이다. 이 계명으로 하느님은 다른 사람의 재산이나 소유권의 침해를 금하는 것(불의하게 타인의 물건을 빼앗는 행위나 다른 사람의 재산을 침해하는 행위, 강도, 절도, 소매치기, 사기, 속임수 장사, 과대광고 등)은 물론, 물질의 올바른 사용을 요구하신다. 물질과 함께 살면서, 물질에 의해서 육신 생명을 지탱해나가야 될 인간이기에 하느님께서는 당신이 창조하신 물질을 인간에게 선물로 주셨다. 그러므로 물질의 절대소유권은 하느님에게 있고, 인간은 오직 그 관리자이다. 더불어서 지나친 낭비와 지나친 소유욕은 모두가 인간의 정신을 흐리게 하고 물질의 노예가 되게 하므로 이런 행실도 적극적으로 피해야 한다.
⑧ 제8계명: 거짓 증언을 하지 말라
거짓 증언으로 진실을 거스르는 죄를 짓지 말고 나아가서, 말로 남에게 손해를 끼치는 말라는 계명이다. 인권과 명예를 존중하고 보호하라는 계명으로서, 거짓말을 해서 남에게 정신적, 물질적 손해를 끼치는 행위, 모욕적인 말, 이간질 등을 금한다. 곧 이 계명은 진실이 통하는 사회가 되도록 하라는 말씀과 같다. 진실이 통하지 않는 사회가 바로 지옥이 되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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월 전례봉사자
신앙생활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