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 12과 복되신 천주의 성모 마리아
제 12과 복되신 천주의 성모 마리아
1. 마리아는 우상인가?
가톨릭교회의 성모공경을 우상숭배라고 말하는 이들도 있다. 과연 그럴까? 그렇지 않다. 우선 ‘우상’(偶像)이라는 말을 바로 알아들어야 한다. 탈출 20,4의 말씀에 의하면 우상은 “위로 하늘에 있는 것이든, 아래로 땅 위에 있는 것이든, 땅 아래로 물속에 있는 것이든 그 모습을 본뜬” 신상(神像)을 말한다. 그러니까 본래 ‘형상 없는’ 하느님을 어떤 ‘모습’ 속에 고정시키는 것, ‘제한 없는’ 하느님을 어떤 ‘틀’ 속에 가두어 두는 것, 그것이 우상이라는 것이다.
하지만 ‘이미 존재했던’ 어떤 사람을 기념하여 석상이나 동상을 만드는 것은 우상이 아니다. 마리아의 실제 모습을 추정하여 상으로 만들어 놓은 것도 우상이 아니다. 그러나 만일 성상이나 성화를 하느님 자리에 갖다 놓았다면 우상이 될 수 있다. 마리아를 하느님 자리에 놓고 숭배한다면 그것은 우상숭배이다.
그러나 가톨릭은 마리아를 신(神)으로 숭배하지 않는다. 우리가 숭배하는 것은 오로지 삼위일체 하느님뿐이다. 마리아는 다만 공경(恭敬)할 따름이다. 그래서 삼위이신 하느님께 드리는 예를 ‘흠숭지례’(欽崇之禮)라 하고, 성모 마리아에게 드리는 예는 ‘공경지례’(恭敬之禮)라 한다. ‘흠숭’과 ‘공경’은 분명히 다른 것이다.
2. 성경 안에서 성모 마리아
► 창세기 3, 15 : “나는 너와 그 여자 사이에, 네 후손과 그 여자 사이에 적개심을 일으키리니 여자의 후손은 너의 머리에 상처를 입히고 너는 그의 발꿈치에 상처를 입히리라.” --참고: 레지오 마리아 성모상
► 이사야 7, 14 : “보십시오, 젊은 여인이 잉태하여 아들을 낳고 그 이름을 임마누엘이라 할 것입니다”
► 갈라디아 4,4-5: “그러나 때가 차자 하느님께서 당신의 아드님을 보내시어 여인에게서 태어나 율법 아래 놓이게 하셨습니다. 율법 아래 있는 이들을 속량하시어 우리가 하느님의 자녀가 되는 자격을 얻게 하려는 것이었습니다.”
3. 그리스도의 어머니, 교회의 어머니
① 천사 가브리엘의 방문 ✜ 성경읽기 : 루카 1, 26-38
마태오복음과 루카복음은 예수께서 마리아라는 동정녀에게서 태어났다는 사실을 전한다(수태고지,受胎告知). 마리아에게 잉태 예고를 전한 천사는 ‘가브리엘’ 천사이다. 가브리엘 천사는 다니엘서에서 구원의 시간을 알려주는 천사이다(다니 8,16 ; 9,24). 따라서 루카복음은 가브리엘 천사의 출현을 통하여 마리아에게 일어난 모든 일이 하느님 구원사업의 결정적인 순간임을 암시하고 있다.
하느님께서는 가브리엘 천사로 하여금 다윗 가문의 요셉이라는 사람과 약혼한 처녀인 마리아를 찾아가게 하셨다. 천사는 마리아에게 “은총이 가득한 이여, 기뻐하여라. 주님께서 너와 함께 계신다.”(루카 1,28) 하고 인사하였다.‘은총이 가득한 이여’라는 말은 마리아가 하느님의 특별한 총애를 받았음을 나타내며, ‘기뻐하여라’라는 인사말은 구약의 예언자들이, 구세주가 오실 것을 학수고대하며 하느님께 충실했던 이스라엘 공동체에 즐거운 소식을 알릴 때 쓰는 표현이었다(스바 3,14 ; 즈가 9,9).
천사의 인사를 받은 마리아는 몹시 당황하였지만, 자신의 모든 결정을 이끌어 주시는 하느님의 현존을 깨닫고 있었기에 하느님의 계시를 접하고서도 두려워하지 않았다.
천사는 마리아에게 놀라운 소명을 전한다. “보라 이제 네가 잉태하여 아들을 낳을 터이니 그 이름을 예수라 하라.”(루카 1,31) 이 말은 이사야 예언자의 말씀, 즉 “보십시오, 젊은 여인이 잉태하여 아들을 낳고 그 이름을 임마누엘이라 할 것입니다”(이사 7,14)는 말씀이 성취되었음을 의미한다. 여기서 ‘임마누엘’은‘우리와 함께 계시는 하느님’또는‘하느님께서 우리와 함께 계시다’라는 뜻이며, 또한‘예수’라는 이름은‘하느님께서 구원하신다’라는 뜻이다.
천사는 이어서 “그분께서는 큰 인물이 되시고 지극히 높으신 분의 아드님이라 불리실 것이다.”(루카 1,32)하고 전하고, 이어서 천사는 “주 하느님께서 그분의 조상 다윗의 왕좌를 주시어, 그분께서 야곱 집안을 영원히 다스리시리니 그분의 나라는 끝이 없을 것입니다.”(1,32)하고 전한다. 이 말은 예수께서 예언자들이 예고한(이사 9,5-6) 하느님의 아들, 구세주이심을 나타내는 표현이다.
이 말을 듣고 마리아는 “저는 남자를 알지 못하는데, 어떻게 그런 일이 있을 수 있겠습니까?”(루카1,34)하고 반문한다. 그러자 천사는“성령께서 너에게 내려오시고 지극히 높으신 분의 힘이 너를 덮을 것이다. 그러므로 태어나실 아기는 거룩하신 분, 하느님의 아드님이라고 불릴 것이다.”(루카1,35)하고 대답한다. 성령은 하느님 창조의 능력이며, 무에서 유를 창조하는 생명의 원천이다.
② 구원의 협조자이신 마리아
하느님은 여자(하와)가 좌와 죽음을 불러오는데 한몫을 했던 것처럼 여자(마리아)를 통해 영원한 생명에 이바지하기를 원하셨다. 그래서 천사 가브리엘을 처녀 마리아에게 보내어 이 뜻을 전하자 마리아는 절대적인 신뢰와 순종으로 이에 응답했다(루카1, 28-38 참조). 마리아는 이 응답으로 이 세상에 생명의 생명을 낳게 됨으로써 하느님의 구원사업에 동참하셨다. 마리아는 예수를 낳으셨을 뿐만 아니라, 예수님의 십자가 죽음의 자리를 지키며 함께 고통을 당하시고 세상을 떠나는 마지막 순간까지 함께 계심으로써 하느님의 구원 계획의 뛰어난 협조자가 되셨다.
③ 그리스도의 어머니, 교회의 어머니
성모 마리아는 예수 그리스도의 어머니이시다. 성령으로 잉태하신 마리아의 참 아드님은 다름 아닌 하느님 아버지의 영원한 아드님이신 예수 그리스도이시다. 그래서 교회는 마리아를 참으로 ‘하느님의 어머니(천주의 성모)’라고 고백한다. 그리고 우리는 세례성사를 통하여 하느님의 생명에 참여함으로써 하느님의 자녀가 되며, 그리스도의 몸의 지체가 되는 것이다. 그러므로 그리스도를 낳은 어머니는 그리스도와 결합된 우리 ‘모든 신자들의 어머니(교회의 어머니)’가 되신다.
특히 예수님께서는 십자가 위에서 죽기 바로 전에 당신의 모친 마리아를 사도 요한을 대표로 하여 온 인류의 모친으로 주셨다.
✜ 성경읽기 : 요한 19,26-27
그날 이후부터 사도들은 예수님의 당부에 따라 성모 마리아를 친어머니로 공경하였고, 그 제자들을 물론 초대교회에서부터 오늘에 이르기까지 가톨릭교회에서는 성모 마리아를 교회의 어머니로 공경한다.
4. 교회의 모범이신 마리아
① 하느님의 뜻에 순명하신 마리아
성모 마리아는 하느님 아버지의 뜻과 성자 예수 그리스도의 구원사업과 성령의 모든 활동에 전적으로 따르고 참여함으로써 교회를 위하여 신앙과 사랑의 모범이 되셨다.
마리아는 남자를 모르면서도 성령으로 말미암아 지극히 높으신 하느님의 아들을 낳으리라는 잉태 예고를 받고 “보십시오, 저는 주님의 종입니다. 말씀하신대로 저에게 이루어지기를 바랍니다.”(루카 1,38) 하고 대답하였다. 성모 마리아는 하느님께 대한 믿음과 순명(順命)의 정신으로 성령에 의한 동정 잉태를 받아들임으로써 자기 자신을 전적으로 하느님께 봉헌하셨다.
성모님께서는 인간적인 판단으로는 도저히 받아들일 수 없는 동정잉태에 대해 주님의 종이 되겠다고 동의함으로써 하느님의 구원 계획에 적극적으로 협력하는 위대한 일을 가능케 한다.
② 예수님의 고통을 견디어 낸 마리아
성모 마리아는 구세주를 낳아 먹이고 입히고 기르셨으며, 마침내 십자가 곁에서 당신 아드님께서 하느님 아버지께 바쳐질 때 당신도 모든 것을 봉헌하셨다. 루카복음은 마리아와 요셉이 율법에 따라 의식을 행하기 위해 아기 예수를 성전으로 데리고 간 이야기를 전하고 있다. 예수님은 첫아들이기 때문에 하느님께 봉헌되어야 했다. 이때 성전에서 마리아는 ‘시므온’이라는 사람으로부터 당신 아들로 말미암은 많은 고통을 지고 가실 성모님을 삶을 듣게 된다. ✜ 성경읽기 : 요한2,22-38
성모님의 마음이 예리한 칼에 찔리듯 아플 것이라는 말은 아마도 십자가 위에서 죽어가는 아들을 보면서 느끼게 될 비통함일 것이며, 어느 누구보다도 예수님을 사랑하기에 그만큼 더 큰 고통을 당하게 될 것을 암시한다.
5. 성모 공경과 성모 신심
① 성모님의 전구
성모 마리아를 비롯하여 성인들에게 기도하는 것은, 우리의 간절한 기도가 성모님을 통해서 하느님께 전해지기를 간절히 청하는데 우리는 이것을 ‘전구(轉求)’라고 한다.
성모 마리아는 구세주요 영원한 대사제로서 하느님의 영광에 참여하신 당신 아드님 곁에 있으면서 우리를 위해서 기도하신다. 성모 마리아는 지상에서 완전한 신앙생활을 보냈고, 영광에 오른 부활의 주님과 각별히 일치하고 계신만큼, 성인들의 통공(通功)에 있어서도 최고의 모범이 되시는 것이다.
교회에서는 예나 지금이나 늘 성모 마리아에게 ‘공경(恭敬)’을 드리고 신자들은 끊이지 않고 신심 깊은 사랑을 바쳐왔다. 마리아 공경은 물론 하느님께만 드리는 ‘흠숭(欽崇)’과는 본질적으로 다르다. 성모 마리아는 하느님의 모친으로서 고귀한 품위를 가지지만 역시 우리와 같은 피조물이시다.
② 중재자이신 마리아
교회에서 성모님께 드리는 호칭의 하나가 '중재자(仲裁者)'이다. 어머니로서 구세주의 구원사업에 협력하셨고, 그분의 고통과 슬픔을 함께 나누신 만큼 만민에게 인간구원을 위하여 하느님과 인간 사이의 중재자의 역할을 하시는 성모님을 공경하는 것이다. 이런 의미에서 성모님은 항상 당신 아드님 곁에 계시면서 우리를 위해서 기도하신다. 현세에서 우리가 서로를 위해 기도하고, 연옥 영혼들을 위해 기도하듯이 천국에 있는 우리 형제자매들도 우리를 위해 전구한다. 그 중에서 마리아의 중재 능력은 각별하고도 가장 효험이 크다.
③ 성모님 발현
교회 역사 안에서 많은 기적과 징표를 통해 드러난 성모님의 발현은 우리시대에 회개와 거룩한 생활을 강조하는 복음의 메시지를 전했으며, 그로 인해 성모님에 대한 신심이 발전되어 왔다. 프랑스의 루르드, 포르투갈의 파티마, 또는 멕시코의 과달루페에서 있었던 성모 발현이 좋은 예가 되겠다. 그 같은 발현의 성격이나 진위에 관해 교회는 사건을 조심스럽게 관찰하고 거기서 나타나는 결과들이 하느님의 섭리로 보일 경우에는 신심 행사를 인정해 준다. 이처럼 공인된 성모 신심은 신자들로 하여금 복음의 뜻과 정신에 더욱 깊이 맛들이게 인도하는 하느님의 섭리이다. 이러한 성모님의 발현은 우리에게 기도․속죄․성사의 필요성을 강조하여 예수님을 통한 거룩한 생활을 하도록 하는 시대의 징표가 되기도 한다.
6. 성모 마리아의 영광스러운 특전
① 원죄 없이 잉태되신 마리아
1854년 교황 비오 9세는 하느님의 은총을 입은 마리아가 원죄에 물들지 않고 잉태되었으며 그리스도의 은총을 입어 생전에도 죄에 떨어지지 않게 보호받으신 ‘원죄 없이 잉태되신 마리아’를 믿을 교리로 선포하셨다.
즉 하느님 아들의 거처가 될 수 있는 자격조건으로서 성모님의 모성, 역시 거룩하고 흠이 없는 품위를 갖추어야 한다는 것이다. 성모 마리아가 지닌, 원죄에 물듦이 없으시다는 특권은 성모 마리아가 예수 그리스도의 모친으로서 그리스도의 구원사업에 완전히 참여하고 있음을 드러낸다.
② 평생 동정이신 마리아
성모 마리아가 동정녀로서 성령에 의해 그리스도를 잉태하셨다는 것이 가톨릭 신앙의 교리이다. 그리스도교 신앙은 자연과학적 토대 위에서 진술되고 있는 것이 아니며‘동정녀로부터의 잉태’라는 신앙교리는“하느님이 하시고자 하면 인간의 성(性) 행위를 통하지 않고도 얼마든지 한 처녀의 태내에 인간을 잉태하게 할 수 있다”는 하느님의 전능과 권능에 대한 믿음의 표현이다. 교회가 ‘평생 동정이신 성모 마리아’라고 신앙을 고백하는 것은 마리아가 하느님의 은총을 언제나 보존하셨다고 믿는 선언이다.
③ 성모 마리아의 승천
성모님은 몸과 영혼을 그대로 가지고 하늘로 올림을 받으셨다. 성모 마리아는 구세주의 모친이기 때문에 하느님의 특별한 은총으로 항상 거룩하게 보호받으셨다. 성모 마리아는 원죄에 물듦이 없이 잉태되었듯이, 승천(昇天)의 영광을 입으셨다. 죄에 물든 일이 없는 몸이었기 때문에 당신 아드님처럼 그분의 몸도 무덤에 있으면서 죽음의 지배를 받으실 필요가 없기에 하늘에 올라 부활한 영광의 몸을 가지는 것은 당연한 이치이다.
교황 비오 12세는 1950년에 “원죄에 물들지 않고 평생 동정이었던 하느님의 모친 마리아가 지상 생애를 마친 다음 영혼과 육신이 함께 천상의 영광으로 들어 올림을 받았다는 것은 하느님으로부터 계시된 신앙의 진리이다”하고 선언하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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월 전례봉사자
신앙생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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