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8과 예수 그리스도의 죽음과 부활
Ⅰ. 예수님의 죽음
1. 십자가 죽음의 외적 원인
① 예수의 가르침에 대한 반발
나라의 패망과 바빌론 유배 생활을 겪으면서도 하느님과의 계약에 충실하고자 했던 이스라엘인의 노력은 신앙의 형식주의를 낳았고 율법은 사람을 괴롭히는 짐이 되었다. 그래서 예수께서는 율법의 근본정신을 되찾고자 애쓰셨고(마르 2,27; 7,9 참조) 지도자로 자처하던 율법학자들과 바리사이파 사람들의 위선을 비난하셨다(마태 23,1-36; 루카 11,37-54; 마르 12,38-40 참조) 이에 자존심이 상한 그들은 보복을 결심했다(루카 11,53-54; 요한 5,16 참조).
② 유다인의 신관(神觀)
유다인들은 야훼 신앙을 생활의 중심으로 삼아 하느님을 어떤 형상으로도 나타낼 수 없는 존재로 두려워하며 공경했다. 그런데 예수님께서는 당신이 하느님이라고 말씀하셨다(요한 6,41; 17,11; 마르 2,28 참조). 이러한 발언은 유다인들에게 하느님을 모독(신성모독)하는 것으로 받아들여졌다.
③ 메시아관의 차이
이스라엘인이 오랫동안 고대하던 메시아는 정치적이고 현세적 안정과 요구를 충족시키시는 분이었다. 그러나 메시아라고 자처하는 예수께서는 이러한 기대와는 상반되게 행동하시고 죄인들과도 어울리셨다. 이스라엘인들의 눈에는 이러한 예수님이 메시아를 빙자한 죄인 중의 죄인으로 비쳤다.
2. 십자가 죽음의 내적 의미
① 인류 구원을 위한 십자가
예수님께서는 당신께서 많은 고난을 받으시고 십자가에 못 박혀 돌아가시리라는 것을 미리 알고 계셨으며, 자주 그 사실을 제자들에게 예고하셨고, 그 고통의 길을 마다하지 않으셨다(마태 16,21; 17,22-23; 20,18-19 참조). 예수님께서는 당신 아버지를 위한 사랑으로, 또 아버지께서 구원하시기를 바라시는 인간에 대한 사랑으로 수난과 죽음을 자유로이 받아들이셨다. 예수님께서는 “많은 이들의 몸값으로 자기 목숨을 바치러 왔다”(마르 10,45), 수난과 죽음을 받아들이신 것도 당신 뜻대로가 아니라 하느님 아버지의 뜻에 따르신 것입니다(루카 22,42 참조). 하느님의 뜻에 순종하신 예수님께서는 우리의 고통과 죄를 대신하여 인류구원을 위한 십자가를 기꺼이 받아들이신 것이다.
② 하느님과 인간 사이의 화해를 위한 제물
구약의 이스라엘인들은 화해와 속죄의 제물로 짐승을 바쳤다. 그러나 그 제사는 제관과 제물이 불완전하였기에 화해와 속죄가 부족한 불완전한 제사였다. 그래서 예수님께서는 당신을 제물로 바치셨고 스스로 제관이 되어 하느님과 인간 사이의 화해의 완전한 제사를 봉헌하심으로써 인류 구원을 완성하셨다(히브 10,12-14 참조).
③ 구속자이시자 중재자이신 그리스도
이 세상에 보내어진 예수님은 완전한 구속자(救贖者)였다. 하느님의 참 아들이며, 인간이기도 한 그리스도 예수님은 아버지에게 적절한 속죄행위를 드릴 수 있는 유일한 분이시다.
예수님은 대사제로서 십자가 위에서 스스로 당신 자신을 우리를 위해 하늘에 계신 아버지께 제물로 바쳤으며, 이로써 우리 인간과 하느님과의 사랑의 관계를 회복시켰다. 하느님이며 사람이신 예수님께서 인간을 죄에서 구원하여 아버지와 화해하도록 하셨으며, 이러한 중재는 하느님이신 그리스도만이 하실 수 있기 때문에 예수님은 유일한 중재자(仲裁者)이시다. 수난은 하느님께서 사랑이시라는 것을 잘 드러낸 완전한 구속방법이었다.
초대교회는 구원의 복음을 설교할 때에 언제나 그러하였듯이 그리스도의 십자가에서 빛나는 무한한 사랑을 설교하였다. 그리스도께서 우리를 위해서 당하신 고통은, 그분이 우리를 매우 사랑하셨기 때문에 더욱 혹독한 것이었다. 무한한 사랑으로 그분은 내적 고통과 외적 고통 등 인간의 모든 고통에 참여하고자 하셨다. 십자가 안에 구원이 있고, 십자가 안에 생명이 있으며, 십자가 안에 원수를 방어할 수 있는 힘이 있다.
④ 십자가 죽음이 계시하는 것
예수님 시대 십자가는 당시 사회에서 가장 흉악한 국사범이나 사형수를 처형하던 도구였다. 당연 수치와 치욕의 상징이 바로 십자가였다. 그러나 하느님께서는 인간에 대한 극진한 사랑 때문에 가장 비극적인 죽음이요, 치욕의 상징인 십자가의 죽음을 기꺼이 지고 가심으로 인간에 손에 의해 배척당하는 실패한 인간이 되셨지만, 하느님은 십자가 죽음을 통하여 어리석도록 지극한 사랑을 보여준다. 또한 십자가의 죽음은 가장 완전한 실패 속에서 새로운 삶과 구원의 길을 마련하시는 하느님의 사랑과 지혜를 보여준다.
예수님께서는 인간에 대한 하느님의 사랑으로 오시어 사랑을 가르치고 실천하셨으며 십자가 죽음으로 사랑의 극치를 보여주셨다. 십자가의 치욕과 고통, 피 흘리심과 죽으심은 오직 참사랑에 대한 증표이다.
3. 십자가 고통의 의미
“누구든지 내 뒤를 따라오려면, 자신을 버리고 제 십자가를 지고 나를 따라야 한다”(마태 16,24). “그리스도께서도 여러분을 위해서 고난을 겪으시면서 당신의 발자취를 따르라고 여러분에게 본보기를 남겨 주셨습니다”(1베드 2,21).
세상에는 고통과 희생 없이는 얻을 수 없는 고귀한 열매들이 많이 있다. 자유와 평화, 영광과 기쁨, 용서와 사랑 등은 저절로 주어지는 것이 아니라 값진 희생의 대가이다. 그러기에 십자가를 지고 가신 그리스도를 따르려는 그리스도인은 고통을 피하기보다 그 고통을 적극적으로 받아들임으로써 주님의 십자가에 동참하는 노력을 하고 살아가는 것이다.
이런 의미에서 그리스도인의 삶은 현세에서 겪는 모든 시련과 고통을 요령껏 피해가는 삶이 아니라, 주님의 십자가를 통하여 고난을 당당히 맞섬으로써 고통과 악을 이겨내어 영원한 행복을 누리는 것이다. 곧 우리가 감당해야할 모든 희생과 고통을 예수 그리스도의 고통과 결합시킬 때 우리도 언젠가 부활의 영광에 동참할 수 있는 믿음으로 살아가는 것이 참된 그리스도인의 삶이 되는 것이다.
이런 의미에서 초대교회는 그리스도의 십자가의 수난을 통해 모든 인간이 감당해야 하는 현세의 수난과 십자가를 사랑으로 받아들이기를 가르쳤다. 그리스도께서 우리를 위해서 당하신 고통은, 그분이 우리를 매우 사랑하셨기 때문에 더욱 혹독한 것이었다. 무한한 사랑으로 그분은 내적 고통과 외적 고통 등 인간의 모든 고통에 참여하고자 하셨다. 십자가 안에 구원이 있고, 십자가 안에 생명이 있으며, 십자가를 통해 세상의 악을 방어할 수 있는 힘이 있다.
Ⅱ. 예수님의 부활
1. 부활하신 그리스도
예수님의 부활은 신앙의 근거이며 핵심이다. 예수님께서는 당신께서 예언하신 대로 돌아가시고 묻히신 지 사흘 만에 부활하시어 제자들에게 나타나셨다(마태 16,21). 부활하신 예수님의 몸은 죽으면 썩는 인간 육체의 제약에서 온전히 벗어난 영광과 불멸의 몸, 곧 “영적인 몸”(1코린 15,44)이 된 것이다. 예수님께서는 인류에 대한 사랑 때문에 기꺼이 죽음을 택하셨지만 하느님 아버지께서는 죽음의 세력에서 그분을 일으켜 세우셨다. 부활에 대한 성경 증언의 대부분은 성부께서 예수님을 죽은 이들 가운데서 다시 살리셨다고 가르친다(마르 16,6; 루카 24,34; 요한 21,14; 로마 4,25; 1코린 15,4.12).
그리스도의 죽음은 당신 제자들에게 치명적 타격이 되었다. 제자들은 예수님께서 당신의 제자들에게 미리하신 십자가와 죽음에 대한 예고 말씀을 알아듣지 못했으며, 그분이 돌아가셨을 때 그분에게 걸던 희망은 절망으로 바뀌었다. 다음날 아직 동이 채 트기도 전에 먼저 무덤에 갔던 여인들이 빈 무덤을 확인하고 그분이 살아나셨다는 소식을 가져왔을 때도 사도들은 믿지 않았다(루카 24,11). 다시 살아나신 예수님이 몸소 나타나시자 그들은 허깨비를 보는 것이려니 하였다(루카 24,37).
바오로 사도는 부활하신 그리스도의 발현을 보았던 인물을 많이 열거하고 있다(1코린 15,3-8). 바오로가 코린토 1서를 쓴 것은 예수께서 돌아가신 지 30년도 채 되지 않을 무렵이었다. 바울로가 이 글을 쓰면서 언급하는 인물들은 대다수가 아직도 살아 있었으므로 그 말이 거짓인지 참인지는 본인들이 직접 다짐할 수 있었다. 예수께서 돌아가시고 부활하신 직후부터 놀랍고도 진지한 신앙과 활약이 일어났던 것이다.
성경은 한결같이 살아나신 예수님은 죽으셨던 바로 그분이라고 주장한다. 예수께서 당신의 육체를 갖고 현존하셨음을 강조하여 토마스에게 "네 손가락으로 내 손을 만져 보아라. 또 네 손을 내 옆구리에 넣어 보아라. 그리고 의심을 버리고 믿어라"고 하시자 보지 않고는 믿을 수 없다던 토마스도 예수께 "나의 주님, 나의 하느님!"이라고 고백한다. 결국 신약성경 전체의 흐름의 핵심은 ”예수님께서 부활하셨다”라는 것이다.
2. 부활의 뜻
예수님께서는 당신의 죽음으로 우리를 죄에서 구원하여 주시고, 당신의 부활로써 우리에게 새 생명을 얻게 하여 주셨다. “그리스도께서 아버지의 영광스러운 능력으로 죽은 자들 가운데서 다시 살아나신 것처럼 우리도 새 생명을 얻어 살아가게”(로마 6,4) 된 것입니다.
또한 예수님의 부활은 장차 우리가 맞이하게 될 부활의 원천이 되어(1코린 15,20-22 참조) 우리도 영원한 생명에 대한 희망을 갖게 하여 주었다. 이와 같이 예수 그리스도의 부활은 그리스도교 신앙의 근거이며 핵심이다. 그래서 바오로 사도는 “그리스도께서 다시 살아나지 않으셨다면 우리가 전한 것도 헛된 것이요 여러분의 믿음도 헛된 것일 수밖에 없을 것입니다.”(1고린 15,14) 하고 말하였다.
부활을 통해서 예수님의 인성(人性)은 변화했다. 그분은 여전히 같은 예수님이요, 여전히 우리의 형제이시요, 우리와 같은 살을 나누고 계시지만 지금은 '생명을 주는 영적 존재'(1코린 15,45)이시다. 부활하신 예수님은 라자로가 다시 살아난 것과는 다른 육체를 지니신 것이다(요한 11,38-44). 부활한 육체가 참 육체라는 것은 사실이지만, 미완성의 처지에 있던 육체와는 다르며 그것을 초월해 계신다(1코린 15,42-54).
예수님의 부활에 대한 신앙은 그리스도교 신앙의 핵심을 이룬다. 예수님께서 부활하시지 않았다면 그리스도교의 신앙은 생겨나지 않았을 것이다. 예수님 부활에 대한 신앙에서 교회가 생기고 또 교회 안에서 신약성경이 생겼다. 그러므로 신약성경은 그 자체가 예수님 부활에 대한 증언서이다. 무엇보다도 중요한 것은 부활하신 예수님의 모든 것은 바로 우리와 연결되어 있다는 것이다. 예수님은 우리에게 새 삶을 주기 위해서, 그리고 늘 함께 계시려고 세상에 오시어 고난을 당하시고 돌아가셨다가 마침내 부활하신 것이다.
3. 승천(昇天)
예수님께서는 부활하신 후 40일 만에 승천하셨다(사도 1,3-11 참조). 예수님의 승천은 세상에 파견된 당신 사명의 완성을 의미하고, 하느님의 사랑받는 아드님으로서 ‘아버지의 완전한 영광’에 참여하시고, 하느님 아버지의 모든 주권이 그분께도 주어졌다는 것을 의미한다. 예수님께서는 승천하신 후 우리에게 성령을 보내 주시고, 성령과 함께 세상 끝 날까지 우리와 함께 계시겠다고 약속하셨다. 그래서 모든 그리스도인은 예수님께서 그리스도이시며 하느님의 아드님이심을 믿고 또 그렇게 믿어서 주님의 이름으로 생명을 얻는다(요한 20,30-31 참조).
※ 예수 그리스도의 부활은 아득한 옛날 일어났던 단순한 사건이 아니라 오늘날 우리에게까지 의미를 주는 중대한 사건이다. 그러므로 예수 그리스도를 믿고 따르는 우리 역시 부활의 의미를 잘 생각하고 부활의 삶을 지금 이 땅에서 살아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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월 전례봉사자
신앙생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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